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을 국빈 방문해 1박 2일간 방중 일정에 돌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기 집권 후 첫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한 푸틴 대통령을 ‘라오펑유(옛 친구)’로 환대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국 제재에 맞서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과시했다.
習 "세계 정의 수호" 푸틴 "실질적 협력 결실"
이날 새벽 베이징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 주석과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했다. 회담은 약 2시간 30분간 이어졌다.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러 수교 75주년 축하가 올해 양국 관계 발전의 주요 주제”라며 "4분의 3세기를 이어온 중·러 관계는 국제 정세 변화와 시련을 견뎌내면서 주요국과 이웃 국가 간에 상호 존중하고 정직하게 대하며, 우호·호혜를 추구하는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지난 수년간 푸틴 대통령과 40여 차례 만나 긴밀한 소통을 유지한 것은 중·러 관계에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순조로운 발전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적 지침을 제공했다”며 오늘날 중·러 관계는 어렵게 얻은 것인 만큼 양측이 아끼고 보살펴야 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수교 75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삼아 양국 간 발전 전략을 더 강화하고, 협력을 더 풍부히 해 양국과 국민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과 협력해 향후 양국 관계의 방향을 함께 이끌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계획을 수립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실질적 협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며 중국은 경제·통상 분야에서 러시아의 주요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공업·농업을 양국 간 협력 우선순위로 꼽으며 첨단 기술·혁신·인프라 건설 및 교통 운송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양국 간 인문 분야 교류도 확대되고 있음도 강조했다.
대규모 방중단 이끌고 온 푸틴··경협·우크라이나전쟁 논의
중국 국영 중앙(CC)TV는 “우크라이나전쟁 위기 속에서 양국 간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는 게 이번 푸틴 대통령 방중 핵심 의제”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의 제재로 국제사회에서 외교·경제적으로 고립된 러시아로선 중국과 경제·통상 등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이는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은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방중 대표단에는 푸틴 5기 신임 내각 부총리 10명 중 경제·농업·물류운송·사회·관광문화·스포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부총리 6명이 포함됐으며, 국방장관을 비롯해 외무·재무·천연자원환경·경제개발부 장관과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등 경제 관료들이 총출동했다.
러시아 대표은행 스베르방크, 국영은행 VTB은행,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VEB 등 금융권 수장과 러시아 알루미늄회사 루살, 러시아 에너지회사 로스네프트, 러시아 천연가스 회사 노바텍 등 거물급 기업인도 동행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이날 정상회담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두 정상 모두 발언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확실히 논의할 것이라고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담 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신시대 전면적·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중·러 공동 성명'을 비롯해 양국 정부 간 10여 개 협의에 서명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양국 수교 75주년 기념식과 양국 문화의 해 개막식에 참석하고 공원 산책을 겸해 비공식 대화를 한 뒤 양측 대표단이 참석하는 비공식 만찬을 함께한다.
美 제재 맞서 협력 돌파구?···중·러 관계 '시험대'
푸틴 대통령의 방중은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회의 참석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달 7일 취임해 집권 5기를 시작한 지 약 열흘 만에 중국을 찾은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이 2022년 3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후 열흘 내에 러시아를 방문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리쯔궈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유라시아연구소 소장은 CCTV를 통해 “양측이 서로를 중요한 최우선 외교 방향으로 여기고 있음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양국 정상 간 빈번한 교류는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외신은 중국이 현재 미국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제재 위협이 커지고 자국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주요 무역 파트너인 유럽과 멀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러시아를 적극 지원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중·러 양국 간 교역액은 지난해 24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지만 올 들어 4월까지 중국의 대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 기업 제재를 확대할 것이라고 위협한 가운데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인민대 중양금융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제재가 가중되면서 올 들어 3월까지 러시아·중국 간 결제 중 약 80%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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