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치와 도파민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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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제 기자
입력 2024-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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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사건을 보고 난 다음 '밈(Meme)'처럼 쓰는 말들이다.

    같은 날 만난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그런 분들(강성 지지자)은 많이 답답해서 전화하고 소리쳤을 것"이라며 "본인들이 원하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돼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그게 좌절되니 분풀이라도 하고 싶은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도파민은 비슷한 자극이 지속되면 분비가 적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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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터진다', '도파민 충전 완료'.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사건을 보고 난 다음 '밈(Meme)'처럼 쓰는 말들이다. 주변에서도 이런 말을 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파민이 뭘까. 카텔콜아민 계열의 유기화합물이니,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전구체니 뭐니 어려운 말이 많다. 요점만 말하면 도파민은 우리 뇌에 식욕과 성욕, 쾌락의 조절 등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이 돌면 좋은 점이 많다. 성취감과 보상감, 쾌락의 감정이 샘 솟는다. 두뇌 활동도 증가해 학습 속도가 올라가고 인내나 끈기, 작업 능률도 우상향한다. 문제는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분비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점점 더 '고자극 콘텐츠'를 찾게 된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은 당선자 총회를 열고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했다. '정치 고관여층'인 강성 지지자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도파민이 도는 날이었을 것이다. 이날 선거에선 우원식 의원이 '강성 매파'인 추미애 당선자를 눌렀다. 정치권은 이변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성 지지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추 당선자의 승리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강성 지지자들의 반응도 극적이다. 투표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모 의원실 관계자는 "투표가 있기 일주일 전부터 의원실로 전화가 쏟아졌다"며 "우 의원이 아니라 추 당선자를 뽑아야 한다는 전화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 당선자가 떨어지니 '너희는 왜 당원들 말을 안 따르냐'고 반말까지 하면서 소리쳤다"며 "우리 의원이 누구를 뽑았는지도 모르는데, 일단 전화를 걸고 항의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게 소리까지 지를 일인가 싶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납득이 된다. 같은 날 만난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그런 분들(강성 지지자)은 많이 답답해서 전화하고 소리쳤을 것"이라며 "본인들이 원하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돼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그게 좌절되니 분풀이라도 하고 싶은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돌고 돌아 도파민의 문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도파민은 비슷한 자극이 지속되면 분비가 적어진다. 그래서 더 고자극 콘텐츠를 찾게 되는 것이고, 이에 실패하면 화가 나거나 화를 풀 곳을 찾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정당 활동을 하고,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할 수는 있다. 지지하던 후보나 정당의 성적표가 좋지 않아서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무에게나 무턱대고 화풀이 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도파민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 볼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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