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8~19일 양일간 북한을 방문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이 북·러 관계 격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산 재래식 무기를 받는 대가로 군사·경제·우주 분야 등에 걸쳐 전방위로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는 우려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과 관련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두 나라 간 관계 심화"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탄도미사일이 아직도 우크라이나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느 정도 상호적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로선 그 모든 것(북·러 협력)의 범주와 결실을 목도한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그것을 매우 매우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러 정상 회동은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지 9개월 만이다. 당시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과 탄도미사일을 대량 제공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반대급부로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비롯해 미사일과 우주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전쟁 무기를 재보충하기 위해 북한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몇 달간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수십 발과 1만1000개 이상 컨테이너를 불법적으로 이전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어떤 국가도 이렇게 심화되는 북·러 관계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앞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대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대가가) 경화(hard currency), 에너지 혹은 핵이나 미사일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인지 우리는 모른다"며 "그래서 이를 우려하면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방북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탄도미사일을 생산하는 무기 공장을 방문해 재래식 무기 생산능력을 과시했다. 그간 북한은 핵 개발에 집중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북한산 탄약을 찾으면서 재래식 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미국 워싱턴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서 서방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과 추가 군사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은 지난주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연내 500억 달러(약 69조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러시아를 더욱 옥죄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북한이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으로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방에 대항하는 북·중·러 구도가 부활하며 신냉전 기류가 심화할 수 있다.
북·러는 군사 분야 외에도 경제와 에너지, 우주기술, 식량 등에서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자국 노동자들을 러시아로 파견하는 대신 러시아산 석유가 북한으로 대거 유입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찰위성 관련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은 지난달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해 러시아 측에서 군사·우주 분야 등에 대한 기술 지원을 더 받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북·러는 각자 의도대로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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