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최근 육군과 스트롱 아미 프로젝트에 국산 AI칩을 활용하기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기로 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스트롱 아미는 'Science Technology’s Rapid Optimization, for a National Growth Army'의 약자다. 군이 민간 첨단 과학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 미래 안보 위협 상황에서 승리하고 국가 성장을 견인하는 게 목표다.
사업의 핵심은 육군 '상태 기반 예측정비(CBM)' 시스템을 국산 AI칩에서 운용하는 것이다. CBM은 전차·잠수함·유도미사일 등 첨단 방산 물자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AI로 분석해 성능을 개량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CBM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AI의 두뇌인 AI칩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미군은 전 세계 1위 AI칩 업체인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방산 시스템을 본격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 엔비디아 'GTC 2024' 행사에 연사로 나온 영 뱅 미 육군 군수·기술 담당 부차관은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 민간 기업과 협력해 급박한 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방산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미 육군과 국방부가 민간보다 AI와 AI칩 기술이 뛰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수한 민간 기술을 적극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AI 방산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AI칩을 군수 물자로 엄격히 통제·관리하며 중국·러시아 등으로 수출을 막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러시아 정부와 군은 여러 경로로 엔비디아 AI칩을 입수해 AI 무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육군도 AI칩 공급 파트너로 국내 주요 AI칩 사업자인 리벨리온을 내정하며 국방 기술 선진화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육군이 사피온, 퓨리오사AI 등 다른 국산 AI칩 사업자 대신 리벨리온과 협력을 추진하는 이유는 AI칩을 한국에서 설계하고 한국에서 만드는 안정적인 공급망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TSMC 팹에서 신형 AI칩을 양산하는 경쟁자와 달리 리벨리온은 자체 개발한 AI칩인 '아톰'과 신형 AI칩 '리벨'을 각각 삼성전자 5㎚(나노미터), 4㎚ 팹에서 양산한다. 전쟁·재난 등 위급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군수 물자 특징상 중국-대만 관계가 악화하면 AI칩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TSMC 팹을 리스크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업무협력이 성사되면 리벨리온은 이동통신사(텔코)·클라우드업체(CSP)뿐 아니라 방위산업체로서 군이라는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연내 사피온과 합병 후 기업공개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예정인 만큼 기업 가치 확대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편 오진욱 리벨리온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삼성전자가 다음달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파운드리포럼 2024 KR' 행사에 키노트(기조강연) 연사로 참가해 '삼성 AI 솔루션' 등 삼성전자와 협업 성과에 관해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AI 솔루션은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 팹(파운드리), 최신 HBM(고대역폭 메모리) D램, 첨단 패키징(이종 반도체 결합) 등을 턴키로 공급함으로써 AI칩 사업자가 칩 설계에만 집중하고 칩 양산에 걸리는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게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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