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겠다며 시중은행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하단이 2%대까지 떨어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좀처럼 위쪽으로 방향을 틀지 못하고 있다. 다음 주 주담대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6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공시되는데, 현재 시장 금리 상황으로 보면 주담대 금리 추가하락이 유력한 상황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년물·5년물 은행채(무보증·AAA) 금리 평균은 3.546%, 3.557%로 나타났다. 5월 1년물·5년물 은행채 금리 평균은 3.633%, 3.797%였다. 한 달 사이에 각각 8.8bp(1bp=0.01%포인트), 23.9bp 떨어졌다. 특히 5월 초 각각 3.6%, 3.9% 수준이던 1년물·5년물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말 3.5%, 3.4% 수준까지 떨어졌다. 5년물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말 1년물 금리보다 낮아져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기도 했다.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오는 15일 공시될 6월 코픽스는 5월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금리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하단은 은행채와 연동된 상품을 중심으로 2%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이날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이 2.87%로 가장 낮고 KB국민은행 3.04%, 우리은행 3.07%, 하나은행 3.28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권 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담대를 포함한 가계대출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불어난 주담대 규모는 22조2604억원에 달한다. 지난 한 달 사이에만 5조8466억원이 늘었다.
늘어나는 가계대출 규모에 금융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3일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한 데 이어 오는 15일부터는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준수 여부,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관리체계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당국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은행들도 주담대 가산 금리를 자체적으로 인상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올렸고 KB국민은행은 3일부터 가계부동산담보대출 금리를 0.13%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오는 12일부터 일부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0.1%포인트 높일 계획이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누르고 나섰지만 주담대 금리와 연동된 은행채 금리 낙폭이 확대되고, 주택 거래량도 증가하면서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시행을 2개월 미루면서 ‘막차 수요’를 일으켜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 매매·전세계약 이후 잔금을 치를 때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주택 거래량 증가에 따른 가계대출 확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면서 다시금 주택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면 가계대출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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