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정치권에서 '폭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에 연루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관련 의혹도 제기됐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4월 총선 여당 참패 직후 김 여사와 57분간 통화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당시 여사는 (명품백 수수 의혹) 대국민 사과를 못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며 "자신은 사과할 의향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렸다고 한다. 한번 사과하면 앞으로 계속 사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고 전했다.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에서 등장한 '댓글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여사는 1월 23일 문자에서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언론에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때부터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댓글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김 여사와 한 후보 모두 '댓글팀'을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여기에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와 관련해 김 여사가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모씨의 녹취록도 공개됐다. 이씨는 지난해 7~8월 변호사 A씨에게 임 전 사단장 거취 문제와 관련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이씨가 말한 VIP는 V0일까 V1일까"라며 "어느 경우건 국정농단 사태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VIP는 통상 대통령을 지칭하는 용어로, 윤 대통령이 V1이라면 김 여사는 그 위의 V0이라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에)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며,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김 여사의 광범위한 국정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댓글팀 등이) 사실이라면 정권이 문을 닫아 마땅한 국정농단, 국기문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해병대원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등장한 대통령실 전화번호의 실제 사용자가 영부인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영부인 국정 개입 게이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밝혀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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