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세수입이 지난해보다 10조원가량 덜 걷히면서 2년 연속 세수 결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실적 개선세가 완연한 주요 대기업 법인세 중간예납(사전 납부)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앞서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상속세 완화,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제 폐지 등 기업 친화적 '당근'이 대거 담긴 만큼 재계가 법인세 중간예납을 통해 화답할지 관심을 모은다.
31일 국세청에 따르면 오는 9월 2일까지 법인세 중간예납세액을 신고·납부해야 하는 12월 결산법인은 51만7000개다. 지난해 51만8000개보다 1000여 개 감소한 규모다.
법인세 중간예납은 전년도 납세액에 준해 법인세 절반 혹은 일부를 미리 납부하는 제도다. 올해는 신고 대상이 소폭 줄었지만 전체 법인세액 중 75% 정도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국세수입이 감소한 주요 원인이 법인세 결손인 만큼 중간예납 실적이 세수 펑크 규모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1~6월 누계 국세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원 줄었다. 이 기간 법인세 수입은 30조7000억원으로 16조1000억원 급감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 눈에 띄게 회복된 대기업 경영 실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상반기에만 17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난 현대차와 기아는 15조원에 가까운 합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 LG전자도 최근 발표한 2분기 경영 실적을 통해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주요 기업이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법인세 중간예납을 독려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당근도 제시된 상태다. 지난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췄고 대기업 최대주주 보유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평가액에 20% 할증을 적용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지방 기회발전특구로 이전·창업하는 중소·중견기업에 한도 없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 상속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대기업들이 중간예납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최근 해상운임 상승세와 11월 미국 대선 결과 등 경영 여건에 불확실성을 더할 변수가 많아 신중을 기할 공산이 크다. 또 중간예납을 해도 별도로 세제 혜택이 제공되지는 않는다.
특히 정부가 기업 측 선택에 맡겼던 법인세 중간예납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에 한해 의무화할 계획을 밝히면서 이번 중간예납 기간에 더욱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상반기 기업 실적이 좋아 8~9월 중간예납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 3월 법인세 감소분이 워낙 커 하반기에 완전히 상쇄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일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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