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에는
도적놈이 있다
애쓰고 배와서 쟁여놓으면
흔적이 없이 가져가고 없다
아따, 그래도 오늘 도적놈은
양심이 쪼깐 있는갑다
받아쓰기를 하는데
몇자를 놔두고 갔다
그놈이 양심은 있네'
전남 보성에서 사는 73살 박화자 할머니가 쓴 시, ‘도적놈’이다.
할머니는 칠순을 넘긴 나이에 한글을 배우며 겪는 어려움을 ‘도적놈’으로 비유해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로 시를 썼다.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최근에 주최한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고상인 사회부총리상을 받았다.
한글 공부의 고충을 해학적으로 표현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상을 받은 할머니가 또 있다.
전남 해남의 84살 한순자 할머니다.
한 할머니는 ‘요로코롬 좋은 시상도 있는갑소’라는 시를 썼다.
드폰으로 문자와 사진을 보내며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표현했다.
80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느끼는 기쁨과 성취감을 담아냈다.
이번 시화전은 ‘문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는 주제로 전국에서 1만 8937명이 참여했다.
전국에서 총 10명이 사회부총리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2명이 전남에서 사는 할머니다.
이 밖에 송금례(76) 할머니 등 전남지역 문해학습자 9명이 늦깎이 학생의 애환을 진솔하게 풀어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전국 수상작을 포함한 150여 가지 작품은 오는 10월 25~26일 나주 빛가람호수공원에서 열리는 ‘제4회 전라남도 평생학습 박람회’에서 특별 전시될 예정이다.
범희승 전남도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은 “배움에 대한 열의와 희망을 갖고 노력한 결과, 값진 성과를 이룬 것에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앞으로도 문해학습자가 더 많은 배움을 이어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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