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금융권에서 횡령 등 금융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레그테크(RegTech)'에 대한 관심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 회사가 금융 규제를 효율적으로 준수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국내 금융권에서는 어떤 레그테크를 도입하고 있을까요.
레그테크 시장 규모 확대…"글로벌 투자 50억 달러 이상"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가 지난 26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레그테크 부문이 강세였다고 합니다. 레그테크 투자는 총 53억 달러로, 지난해 투자 규모(34억 달러)와 비교해 56% 증가했습니다.
지능화된 금융범죄 발생이 늘어나면서 레그테크 시장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최근 몇 년간 레그테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이버 보안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에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금융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사기 방지, 자금세탁방지, 고객 신원 관리,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준수 등에 이용된 것입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금융회사의 30%가 AI를 기반으로 한 준법 감시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세호 삼정KPMG 핀테크 산업 담당 파트너는 "ICT 리스크와 제3자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관리, 사기 방지 등이 더욱 중요해지며 레그테크와 사이버 보안 투자가 보다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AI 등 핀테크 기술 솔루션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금융사들도 레그테크 투자 활발…AI 활용 초점
글로벌 추세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들도 레그테크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권은 주로 AI 기술을 활용해 자금세탁방지, 이상거래 탐지, 금융사기 예방, 소비자 보호 등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다양한 감정을 식별하는 'AI 감정분석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AI 음성봇과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대화, 목소리 톤, 사용하는 단어를 기반으로 감정을 파악해 즉각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 줍니다. 불안한 음성 또는 단어가 감지되면 금융사고 상황을 의심하고, 바로 고객상담센터 사기전담팀과 연결해 빠르게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국민은행은 영업점에서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AI 금융상담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이 시스템은 2021년 구축된 이후 지난해 고도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기존의 음성 기반이었던 서비스가 영상 기반으로 전환됐습니다.
하나은행도 2018년 금융권 최초로 신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포통장이나 보이스피싱 사고 패턴을 AI로 학습시켜 이상거래를 분석·탐지하는 시스템입니다. 우리은행도 2019년부터 AI 기반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과 글로벌통합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도 2020년부터 도입됐습니다.
인터넷은행·카드사도 본격 개발…보안 기술 접목
시중은행뿐 아니라 카드사, 인터넷은행 등에서도 다양한 보안 기술을 적용해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인터넷은행은 다양한 금융 보안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신분증 촬영 및 인식, 안면 인증, 무자각 인증 등 금융 인증·보안 기술을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자각 인증 기술'의 경우 휴대폰 이용자의 미세한 사용 습관을 학습해 본인 여부를 판별할 수 있어 '휴대폰 명의도용 탐지' 등 금융 사기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AI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자금세탁 위험평가에 도입했습니다. 신분증 진위 검증 등 금융사기탐지 영역에도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신분증에 본인의 얼굴 사진을 합성해 금융거래를 시도하면 딥러닝 얼굴인식 기술이 위변조 여부를 탐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케이뱅크는 일 평균 400여건의 신분증 위변조 의심 건을 탐지하고, 그 결과를 관련 부서에 전달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부터 고객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는 'AI 금융지킴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고객이 피싱 메시지, 전화를 받았을 때 AI가 이를 자동으로 탐지해 전화로 고객의 피싱 여부를 판단하고, 대출을 막는 방식입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월 대략 200건 정도 탐지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하나·농협카드 등 제휴 금융사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 사기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