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방카슈랑스, 투자일임업, 가상자산 수탁업 등 비이자이익을 개선할 수 있는 활로가 있지만 규제 장벽에 막혀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방카슈랑스는 은행이 보험사 대리점처럼 고객에게 예금·대출뿐 아니라 보험상품 등을 팔아 판매수수료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대표적인 은행의 비이자이익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 상품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로 인해 한계는 명확하다.
게다가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저축성보험 판매이익 효율이 떨어지면서 손해보험업계는 주된 판매채널인 은행에 수수료까지 지불하면서 방카슈랑스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4대 시중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 수익은 1년 전보다 27.9% 늘었지만 손보사들은 방카슈랑스에서 점점 손을 떼는 추세다. 현재 방카슈랑스에 참여하는 손보사는 단 4곳에 불과하다.
숙원 사업인 투자일임업 허용도 사실상 요원해졌다. 투자일임업은 투자자에게서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판단을 일임받아 이를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라이선스다. 투자일임업 허용은 은행들이 단순히 금융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버는 구조에서 자산을 굴려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기에 안정적인 비이자이익 수단 확보 활로로 기대가 컸다. 지난해에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논의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면서 동력을 잃었다. 불완전판매 책임을 다퉈야 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업계는 참여사가 300곳을 넘는 상황에서 은행권마저 뛰어든다면 과당경쟁 우려 속에 불완전판매 논란이 재차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은) 업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문제인 데다 ELS 사태 이후 관련 논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새 수익처로 떠오르는 가상자산 수탁업도 마찬가지다. 수탁업은 가상자산 지갑의 보안키를 대신 보관하고 관리해 주는 일종의 대여금고 서비스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진입하고 성장 가능성이 커 뉴욕멜론은행, 유에스뱅코프 등 글로벌 은행에서도 관심 갖는 잠재적 먹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에선 현행법상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을 직접 영위할 수 없다 보니 지분 투자 형태로 수탁업에 발만 걸친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수탁사 투자 지분이 많아야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KB국민·신한·NH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간접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해 둔 상황"이라면서도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낮아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가 있다. 결국 수탁업이 필요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생기고, 기존 펀드 수탁처럼 명확한 제도가 신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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