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첫 공식 회담에서 웃으며 손을 맞잡았지만, 압박성 발언을 주고 받는 등 회담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초 11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은 이를 훌쩍 넘긴 183분동안 진행됐다. 애초 의제에 없었던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도 대화 주제에 오르며 날선 발언이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회담은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 발언을 각 7분에서 10분으로 늘리면서, 상대방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 이어졌다. 먼저 발언에 나선 한 대표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언급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며 "무죄를 확신하고 있는 듯하니 더욱 그렇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 대표는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 "한 대표는 전 국민을 상대로 '제삼자 특검'을 하자고 공언했다. 그 진심이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증거 조작 의혹도 특검하자고 했던데 수용하겠다.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 대표는 '독재'라는 단어를 두 차례 사용하며 정부·여당에 날을 세웠다. 그는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최근 독도나 교과서 문제, 일제 침략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는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적 주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발언 후 별도의 회담장에 들어선 이 대표는 한 대표와 마주 앉은 책상 간 간격이 너무 넓다며 "이거 화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 이래 가지고는"이라고 분위기를 풀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비공개 회담에서 특검법과 25만원 지원법, 검찰의 야권 인사 수사 등을 놓고 날선 발언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언급하며 "법원 판결이 불리하다고 해서 검사를 탄핵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공격하는 취지의 언급 아니냐"며 다소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 대표는 국회의원 면책 특권 제한 등 특권 폐지와 관련해 "지금은 검찰독재 상황이라 방어권 차원에서 (면책 특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으며, 비공개 회담에서도 이에 대해 재차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대표는 "얼마 전에는 제가 그 입장이었다"며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널A 검언유착 수사'를 받았던 것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 종료 후 두 사람은 양당 관계자들이 발표문을 정리하는 동안 약 40분간 독대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 대표와의 독대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걸 말해주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다음에 또 언제 만나기로 했느냐'는 물음에는 "글쎄요. 필요할 때 봐야겠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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