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주요국 외환 시세에 따르면 최근 엔·달러 환율은 142엔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와 일본은행(BOJ)의 12월 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달러 약세, 엔화 강세 추세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기법이다. 캐리 트레이드 동향은 하반기 미국 등 주요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앞두고 전반적인 투자 분위기와 시장 참가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특히 수천조 원에 달하는 엔 캐리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사로잡고 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해외로 나갔던 엔화가 자국 내로 유입되거나 다른 통화로 옮겨가 달러화 표시 주식·채권 가치가 요동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에 타격을 입힐 악재다.
전문가들이 추가 청산 가능성을 경계하는 이유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아베노믹스 개시 이후 일본 연기금·보험사·은행이 확대한 해외 투자분 전체를 잠재적인 청산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청산 가능 규모는 2조~4조 달러"라고 추정했다.
다만 지난달 초 이미 상당 부분이 청산된 만큼 파급 효과를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은 8월 중순 현재 투기적 엔화 매도 포지션에서 대부분 벗어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향후 엔 캐리 재확대 여부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재혁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차장은 "엔 캐리 유인이 과거보다 줄었으나 (엔화 가치가 재하락하는 등) 시장이 안정되면 엔 캐리 규모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