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 옥죄기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겨냥해 발의한 ‘생물보안법(Bio Secure Act)’이 9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중국 DJI의 신형 드론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도 이날 처리됐다. 중국 반도체 기업을 겨냥했던 미국의 규제의 칼날이 중국 바이오·드론 기업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찬성 306표·반대 81표로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 바이오 기업을 제재 목록에 올리고 이들 기업과 미국 연방 기관 간 거래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중국 최대 유전자 분석 기업 BGI그룹, BGI 자회사인 MGI테크와 컴플리트제노믹스, 의약품 CRO(임상수탁 기업 우시앱텍,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핵심 바이오 기업 5곳이 제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생물보안법 제정에 나선 것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인들의 바이오 정보를 수집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브래드 웬스트럽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주)은 “이 기업들(중국 핵심 바이오 기업 5곳)은 바이오 산업을 장악하려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다”면서 “수백만명의 미국인 데이터가 잠재적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하원은 이날 중국 드론 제조업체 DJI의 신형 제품을 미국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법안은 DJI의 드론을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험’으로 규정하고, 회사가 향후 내놓을 신제품들을 미국 통신 기반 시설 하에서 작동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드론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확대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법안 발의자인 엘리스 스테파니크 공화당 하원의원(뉴욕주)은 "의회는 우리가 가진 모든 도구를 사용해 (중국의) 드론 시장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JI는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로,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드론 절반 이상이 DJI 제품이다. 다만 이번 법안에 이미 판매되고 있는 DJI의 기존제품에 대한 별도의 제재는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미 국토안보부가 중국 대표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 6곳이 생산하는 배터리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중국 최고위층 자산을 공개하고 그 일가족을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등의 법안도 이날 함께 통과됐다. 중국 압박 카드가 표심 확보에 유리한 만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가 중국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원은 이번 주중 중국산 부품과 원자재가 사용되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을 강화하는 법안 등에 대해서도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날 미국 하원이 이번 주에 '중국때리기' 성격의 법안 28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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