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카드론 이용자들의 부담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조달금리가 낮아졌음에도 카드사들이 카드론 금리를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카드사들은 카드론을 통해 수익성 확보와 함께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지난달 기준 전업카드사 7곳(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조달금리(민간채권평가사 3사 기준, 카드채 3년물 평균금리)는 전체적으로 낮아졌지만 조달금리 하락분 수준으로 카드론 대출금리를 인하한 카드사는 하나카드 한 곳뿐이다. 오히려 조달금리 하락에도 카드론 금리를 더욱 올린 카드사도 7곳 중 4곳에 달한다.
롯데카드의 지난달 기준 카드론 금리(신용점수 700점 이하)는 17.9%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롯데카드의 카드론 금리 16.19%와 비교하면 9개월 새 1.7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준으로 현대카드의 카드론 금리는 17.15%에서 17.68%로 0.53%포인트 높아졌다. 이 기간 두 카드사의 조달금리는 각각 0.81·0.68%포인트 떨어졌다.
삼성카드와 국민카드 또한 조달금리가 각각 0.65%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카드론 금리는 0.15%포인트, 0.06%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하나카드는 조달금리가 0.68%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카드론 금리도 0.65%포인트 인하했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금을 시장에서 대부분 조달해야 한다. 이에 조달금리가 떨어지면 상품 금리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카드론 금리를 쉽사리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현 상황에서 카드론 금리를 낮추면 카드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카드론은 상품 특성상 연체 가능성이 높다. 카드론을 쓴 중저신용자는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일 가능성이 높은 데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상환 여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카드사 연체율은 1.69%로 집계되며 2014년(1.69%)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대출채권 연체율은 3.60%를 기록했다
카드사들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으니 금리를 높여 이자를 더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아울러 카드사가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 카드론 수요 자체가 줄어들어 건전성도 관리할 수 있다.
한편 지난달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1조831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최대치다. 특히 카드론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한 롯데카드와 현대카드에서 카드론 잔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사 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올해 들어 카드론 잔액을 대폭 늘린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에 대해 이달 말까지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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