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가전 구독' 사업을 시행한다. 올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위기에 처하자 고심 끝에 '구원투수'를 선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차별화 전략 부재로 시행을 망설여 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말 직영 브랜드 매장인 삼성스토어 중 대치·청담·도곡 등 플래그십 매장을 기점 삼아 'AI 가전 구독'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다. 대상 매장은 연말까지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늦어도 11월 초에는 본격 시행한다"고 말했다.
대상 제품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프리미엄 세탁기와 냉장고, TV, 로봇청소기 등이며 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경쟁사인 LG전자보다 10~20%가량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우위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초기에는 삼성카드와 연계한 할인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후 일반 카드로도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 초부터 매장 내 전문 판매사원인 '디테일러'들을 소집해 교육하고 있다. 첫 도입에 앞서 완벽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교육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 구독은 가전에 렌털 서비스를 결합한 사업이다. 판매 시점에 일회성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는 제품 판매 사업과 달리, 판매 이후에도 구독료와 수리비 등 꾸준한 수익을 창출해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가전 구독 사업은 LG전자가 선두주자다. 지난해 4분기부터 기존 냉장고와 스타일러, 안마의자, 공기청정기 등 대형 가전에 TV도 구독 대상에 포함해 쏠쏠한 수익을 보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가전 구독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1조1341억원이다. 이에 가전 구독 사업은 LG전자의 1호 유니콘 사업(연 매출 1조원 이상)으로 등극했다. LG전자의 국내 가전 매출 중 구독 비중은 지난해 15%에서 올해 20%를 넘어섰다. 성장세에 힘입어 LG전자는 올해 1조8000억원 예상 목표치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LG전자는 가전 구독 사업을 아시아에서 미국, 유럽까지 확장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은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으며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기대치인 10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발표했다. 이에 10일 회사 주가는 589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아직 부문별 세부 실적을 밝히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CE) 사업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4조원, 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3분기 해당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조 7100억원, 3800억원으로 매출은 일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7%가량 감소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초기에는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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