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당분간 금리 인하 여력 있다…금융안정 이룬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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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아 기자
입력 2024-10-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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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금통위 열고 38개월 만에 긴축 종료

  • 13차례 이어진 금리 동결 기조도 마침표

  • 금통위원 5명 인하 주장, 1명 동결 소수의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1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11[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은 금리를 인하할 여력은 있지만 그 속도는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통방)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5%에서 3.25%로 인하 결정했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함께 시작된 38개월간의 통화긴축 종료다. 이로써 지난 1월 이후 13차례 이어진 금리 동결 기조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부채 전망에 대해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이후 공급 정책을 포함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면서도 "금리 인하가 주택 거래량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9월의 수치로 금융 안정을 이뤘다고 단언하는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동결 결정하면서 언급된 '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는 정면 반박했다. 그는 "한은은 내수뿐 아니라 금융 안정도 고려하면서 금리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런 판단이 옳았는지는 당장 평가하기 어렵다"며 "8월 인하 실기론을 묻는 기관이 있다면 당시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그것을 예상했는지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Q. 금통위원들이 3개월 뒤 금리 수준 전망에 대해 어떤 의견을 냈는가.
A.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후에도 금리를 3.25%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5명은 이번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미 대선·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향후 정책을 신중히 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1명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으며 필요 시 정부가 추가 조치 시행 의사를 밝힌 만큼 내수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

Q. 5명의 금통위원이 3개월 뒤에도 3.25%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한 것이면 내년 1월도 동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인가.
A. 3개월의 기간에 1월까지 포함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조건부이기 때문에 가장 큰 방점은 이번에 금리를 소폭 내림으로써 그것이 금융 안정에 주는 영향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상의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함의가 없다.

Q. 9월 가계부채가 8월보다 둔화됐지만 많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초저금리 시기의 대출 규모에 육박할 정도고 아직 증가 폭이 큰데 금융 안정이 확인됐다고 판단한 건가.
A. 주담대 대출은 2~3개월 전에 있었던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9월이 7월의 2분의1 수준이고, 주택가격 상승률도 8월의 3분의1 수준이다.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이후 공급정책을 포함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주담대는 7~8월 거래량 영향으로 이번 달 올라갔다가 11월과 12월에는 내려갈 것으로 본다.

금리 인하가 주택 거래량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9월의 수치로 금융 안정을 이뤘다고 단언하는 건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가계부채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당분간 거시건전성 정책과 공급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Q. 8월 통방에서 민간소비 등 내수가 크게 부진한 수준이 아니라고 했는데, 한은의 내수에 관한 판단이 두 달 새 급격히 나빠진 것인가. 정부·여당이 지적하는 인하 실기론이 타당한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A. 이번에 금리를 낮추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인플레이션이 2% 이하로 떨어진 입장에서 실질금리가 상당히 긴축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기가 과열된 상황이면 긴축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내수가 회복 중이더라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단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를 불필요하게 너무 오랫동안 긴축 수준으로 갈 이유가 없다. 내수에 관한 전망은 큰 변화가 없다.

지난 8월 금리 결정할 당시 실기한 게 아니냐는 여러 의견들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내수뿐 아니라 금융 안정도 고려하면서 금리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판단이 옳았는지는 당장 평가하기 어렵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우리의 경기 상황과 금융 안정이 어떻게 됐는지 보고 평가해주면 좋겠다. 8월 당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연일 급등하기 시작했고 부동산 가격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빨리 올라갈 위험이 보였다. 8월 인하하지 않은 것이 실기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기관이 있다면 그곳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그것을 예상했는지 그분들에게 물어봐 달라.

한은이 좌고우면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견해도 있는데 이런 비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2년간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은 이미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본다.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물가 목표 2%를 달성했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외환시장 불안 등 큰 문제 없이 관리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상했다면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내수 부진이 더 심각했을 것이다. 주요국보다 적은 폭 금리 인상에도 물가 안정을 빠르게 이룬 건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일이다.

Q. 지금의 대내외적 상황이 유지된다면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않나. 취임 이후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와 더불어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는 차주)에 대한 경고를 여러 차례 했는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A. 11월 금리 여부에 대해선 10월 말경에 나오는 3분기 데이터와 향후 가계부채 안정 추세, 수도권 부동산 가격 움직임을 보며 결정할 것이다. 한동안 이자율 수준이 예전처럼 0.5%로 내려갈 가능성은 적다. '해외에서 금리를 0.5%포인트 떨어뜨렸다고 우리도 0.5%포인트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는 해외에는 없는 금융 안정이라는 고려를 함께 하고 있고, 그런 면에서 갭투자를 할 경우 자기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금융 비용을 고려하면서 하시라.

Q. 집값과 가계부채를 경계하면서도 정부의 거시 건전성 정책 필요성과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한은 설립 목적 자체가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와 금융 안정인데, 금융 안정 책무를 정부에 떠넘겼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거시건전성 정책은 마치 정부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금리도 가계부채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거시건전성 정책은 정부와 공조를 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에 떠넘길 수도 없는 것이다. 당연히 정부의 여러 가지 규제·공급 정책과 함께 금리 정책 속도 조화를 통해 거시 정책과의 공조가 이루어져야 된다. 공조를 잘해서 나라의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중장기적인 과제들을 던져두고 있는데 상당 기간 부동산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결정문에 '수도권 주택 가격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있다. 이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위험이 있지 않나.
A. 부동산 가격 문제는 금리와 거시건전성 정책만 갖고 해결하긴 어렵다. 주택공급 문제도 있고, 수도권 주택 가격은 교육 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복잡하다. 이 문제를 금방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악화시키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 인식 전환도 필요하고 경제 부처 외 다른 부처와도 공조가 필요하다. 금리 인하가 이론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을 기대 심리를 통해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영향이 커지지 않도록 그 속도를 조절하면서 정부와 정책 공조를 할 계획이다.

Q.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국내 원화 및 달러 유동성, 통화정책 금리 경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A. WGBI 편입 효과는 11월 이후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다. 감개무량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기 정책을 통해서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고 해외에 나가 채권을 발행하는 건 굉장히 단기적인 정책이다. 구조를 바꾸는 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다. 이전에는 정책당국이 이렇게 구조 개선을 하는 것이 맞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 노력으로 외환시장의 구조가 개선됐다. 한은의 기여가 많았다고 자부한다. WGBI 편입으로 국채뿐 아니라 은행채를 원화로 외국인에게 팔 수 있다면 환율 변동성은 생기지만 디폴트 리스크를 감소하기 때문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변동 환율제를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 정책금융과 집값 악순환을 지적해왔다. 정책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는 규제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년 중에 중립 수준까지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
A. DSR 규제는 실수요자에게 여러 불편함이 있다. 정부에서도 1단계로 추진한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를 내는지 보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서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땐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빌리는 게 중요하다. 어떤 이유든지 자기 능력보다 돈을 많이 빌려줘서 나중에 문제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DSR규제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현재 가계대출 상황을 보고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건 아주 합리적인 판단이다.

실질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잠재성장률이 2%보다 낮아지게 된다. 금리가 그동안 중립금리보다 높았던 것은 경기를 희생시켜서라도 물가를 떨어뜨리기 위함이었다. 이제 큰 변동이 없으면 물가 2% 타깃은 정착됐다고 본다. 이 상태에서 금리를 중립금리 이상으로 가져가면 성장률 2%가 유지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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