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춘당지를 보기 위해 냠양주에서부터 왔습니다.”
19일 아주경제신문에서 주최한 ‘청와대 5대 궁궐 트레킹’ 행사에 참가한 구광서씨(61)는 창덕궁에서 창경궁으로 넘어가는 함양문 앞에서 숨을 고르며 이같이 말했다. 남양주에서 온 구씨는 트레킹 도중 동갑 친구를 우연히 사귀어 함께 트레킹을 하고 있었다. 그는 “창경궁 안에 연못인 춘당지를 꼭 보고 싶었다”며 “오늘 만난 친구가 사진을 잘 찍으니 부탁하면 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궁궐트레킹 행사의 중간 코스였던 창덕궁 돈화문 앞엔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복궁, 청와대부터 40여 분이 걸리는 거리를 걸어온 사람들은 돈화문 인근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간식을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마포구에서 행사 참여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돈화문에 도착한 황혜은씨(41)는 음료를 한 손에 들고 주최 측에서 나눠준 책자를 아이에게 보여주며 궁궐을 설명했다. 황씨는 “날도 좋은데 가족과 여유롭게 산책을 하니 기분이 좋다”며 “아이가 자연스레 궁궐과 역사를 공부할 기회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 숙장문을 통과하고 낮은 언덕길을 오른 참가자들은 열십자 모양의 사거리에 다다랐다. 앞으로는 창경궁이, 좌우에는 문화유산인 창덕궁 관물헌과 사대부 주택으로 쓰인 낙선재 등이 위치했다. 참가자들은 사거리 가운데서 여러 궁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신촌에서 어학당을 다니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왕상관씨(27)도 그중 한 명이었다. 왕상관씨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됐지만 이번 기회로 처음 궁궐에 오게 됐다. 그는 “돈화문부터 창덕궁까지 올라오는 길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다”며 “5대 궁궐 중에서 가장 크다 보니 예쁜 장소가 많은 거 같다”고 말했다.
창덕궁에서 창경궁을 잇는 함양문을 넘어서니 울창한 나무가 놓인 길에 주최 측이 제공한 핑크색 모자를 쓴 사람들이 무리 지어 다녔다. 길 중간마다 궁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 위해 참가자들은 자주 발걸음을 멈췄다. 환경전 근처 정자에는 사람들이 고즈넉한 분위기와 고궁의 정취를 즐기며 지인과 대화를 나눴다.
그곳에서 만난 걷기 동호회 사람들은 자신들이 찍은 스탬프를 보여주며 “오늘 모든 궁궐을 꼼꼼히 돌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호회 회장인 이덕주씨(64)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십 년 만에 창경궁에 올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며 “환경전부터 앞으로 쭉 이어지는 정원 길이 참 예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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