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대출규제가 본격화하면서 경매시장의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 등 고가주택 경매시장은 ‘대출 옥죄기’에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하는 등 견고한 수요세를 유지 중이다. 규제 여파로 경매시장에서도 지역별 초양극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24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에서 진행된 10월 아파트 경매 건은 이날까지 총 105건을 기록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 금액의 비율)은 평균 96.5%로 전월(94.3%) 대비 약 2%포인트(p)가량 상승하며 반등세를 보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대출규제 영향으로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하는 등 매수세 둔화가 완연했다. 그러나 이달 강남권 등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100% 이상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며 전체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강남구에서 경매로 매각된 아파트 물건은 총 9가구로 모두 100% 이상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강남구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도 109%를 기록해 전월(105%)보다 4%p 올랐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122%)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130%의 낙찰가율을 기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6단지 전용 60㎡ 매물에는 9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인 19억5000만원보다 6억원가량 높은 25억2600만원에 낙찰됐다.
앞서 일원동 푸른마을아파트 전용 60㎡ 역시 12명이 입찰에 나서며 감정가의 121%인 14억522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137㎡에도 13명이 입찰에 참가해 감정가의 116%인 39억5520만원에 주택이 매각됐다.
송파구 역시 같은 기간 경매에 넘겨진 아파트 9가구 중 2곳을 제외한 7가구가 100% 이상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이어갔다.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도 전월 94%보다 7%p 이상 급등한 101.5%를 기록한 상황이다.
이달 14일 낙찰된 방이동의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3㎡의 경우, 입찰 당시 19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의 114%에 달하는 20억220여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21일에는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5㎡ 물건이 기존 감정가 대비 110% 수준인 23억2000여만원에 손바뀜됐다. 서초구 역시 이달 들어 105.6%의 낙찰가율을 기록해 전월 85% 대비 급등한 수치를 보였다.
반면 대출규제 영향을 직격타로 맞은 서울 중저가 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경매 시장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3구를 제외한 이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을 집계한 결과, 전체 낙찰가율은 91.1%에 그쳐 감정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아파트 낙찰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봉구의 경우 이달 진행된 7건의 아파트 경매 중 낙찰가율이 90%를 넘긴 물건은 단 한 건에 불과했고, 전체 낙찰가율은 80%대 수준에 머물렀다. 노원구와 강북구 역시 같은 기간 매각된 아파트 12건 중 낙찰가율이 90%를 넘긴 물건은 5가구에 그쳐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금천구와 관악구, 구로구 역시 이달 낙찰이 이뤄진 아파트 중 낙찰가율이 90%를 넘긴 물건은 전체 물건 중 약 47%에 그쳤다.
대출규제 기조가 경매시장 양극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은 “경매시장에서 강남3구 내 아파트의 초강세가 이어지며 상급지를 중심으로 서울 전체의 낙찰가율도 모두 끌어올린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급지와는 달리 경기권이나 그 외 서울 자치구의 경우 전월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수요 감소로 낙찰가율 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은 경매물건에서도 구축 아파트 비중이 높고,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금액대의 물건도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