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이기흥 둘 다 당당한게 레전드다.”
“정상적인 시각을 가졌으면 문제가 없는 걸 모를 수 없다.”
“동네 빵집에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절차를 밟는 게 말이 되냐.”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가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지만, ‘맹탕 국감’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자진 사퇴에 나설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 보일 뿐만 아니라, 이들의 계속된 ‘셀프 연임’에 제동 거는 일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국민 다수는 두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식의 ‘도덕 불감증’에 가까운 태도에 더욱 경악했다.
축구팬 박씨(36)는 “국감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 국민 다수가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데 둘은 국민의 분노도, 국회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지적해라, 나는 내 갈 길 가겠다’는 식이더라.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을 알아야 조금이라도 개선을 하는데, 잘못 자체를 인정 안 하니 개선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했다.
“내려오라고? 결정은 내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지난 25일 문체위 종합국정감사에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약간’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완벽하게 모든 것을 다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규정에 따라서 열심히 잘했다”고 자신했다. 이어 “30여 년 동안 대한민국 남자대표팀 감독 선임에는 문제가 있고 반대의견이 있었다”며 “항상 논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 회장은 국감 내내 감독 선임 절차와 관련해 '큰 문제는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더구나 4선 도전과 관련해 거취를 결정하라는 의원들의 계속된 촉구에도 정 회장은 “잘 검토해서 판단하겠다”, “현명하게 결정하겠다”며 용퇴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감독 선임 절차를 두고 ‘빵집 협약’이라는 조롱이 나올 정도로 비판적인 여론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빵집 협약’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두둔하는 듯한 정 회장의 발언은 축구팬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폈다. 정 회장이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내부 인사를 감싸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축구계에 만연한 ‘의리 축구’와 ‘인맥 축구’가 근절되지 않는 배경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는 것이다.
실제 정 회장은 이 이사의 사퇴와 관련해 “(이 이사가) 9월 24일 후 바로 정신적인 쇼크로 입원했다”며 “(이 이사) 본인이 굉장히 쇼크를 받아, 우울증이 생겼다고 얘기해서 입원했다. 상당히 마음이 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쇼크는 축구팬들이 받았다”, “유치하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더구나 논란의 중심인 정 회장은 그간 국감에서 감독 선임과 관련한 회의록 등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요구에 “모르겠다” 혹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하는 등 본인의 4선 외에는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노쇼’ 이기흥 “내 말 좀 들어봐!”
더구나 국감 전날 불출석을 통보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이 회장은 24일 국감을 앞두고 부랴부랴 전북 남원행 출장을 만들어,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는 ‘접대 골프 의혹’을 받고 있는 정몽규 회장과 이기흥 회장이 국감장에서 나란히 서는 상황을 피하려고, 돌아가면서 국감에 불출석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
문체위 여야 의원들의 동행명령서 발부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수령을 회피하며 끝끝내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회는 이 회장을 내달 11일 ‘대한체육회 관련 현안질의’를 통해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지만, 이 회장이 신뢰할 만한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그간 의원들의 질의 중 “잠깐만요!”를 외치거나 의원의 말을 자르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태도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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