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총선) 이후 차기 총리를 지명하는 특별국회가 다음 달 11일 예정된 가운데, 큰 이변이 없는 한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이시바 총리를 누르고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2·제3 야당들이 전부 노다 대표를 지지해야 하지만 이 같은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의 경우 입헌민주당과 정책 방향성이 현저히 달라 이들이 노다 대표에게 표를 몰아주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다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대표와 회담해 총리지명 선거에서 상위 2명의 결선투표가 치러질 경우 자신에게 투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바바 대표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다 대표의 요청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앞서 전날에도 “정책에서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한 협력하지 않겠다”며 노다 대표에게 투표할 의향이 없음을 밝혔다. 바바 대표는 이시바 총리에게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총선에서 의원 수를 대폭 늘려 몸값을 올린 제3야당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이날 당 집행위원회를 열어 1차 선거와 결선투표에서 모두 자신에게 투표하도록 소속 의원들과 협의했다.
국민민주당이 결선투표에 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한 상황이지만 무효표가 되더라도 결선투표에서 자신의 이름을 쓰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부 무효표로 처리돼 제1당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총리 지명선거에서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총투표수의 과반을 얻은 의원이 총리로 선출된다. 과반 득표 의원이 없으면 상위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치른다.
지난 27일 총선에서는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총 215석을 얻어 과반인 233석 달성에 실패했다. 입헌민주당의 의석수도 148석으로 과반에 크게 못 미친다. 제2야당 일본유신회는 이번 선거에서 38석, 제3야당 국민민주당은 28석을 각각 얻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이 총선 직후인 28∼29일 유권자 1068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취임 직후 실시한 조사 보다 17%포인트 떨어진 34%로 나타났다.
다만 이시바 총리가 여당 과반 의석 확보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56%가 사임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즉 이시바 총리가 아닌 다른 인물이 자민당 총재가 되어도 별다른 기대를 갖지 않고 있다는 민심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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