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 인선에 따라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엔화 가치 하락(엔저)은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이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29일 낮 12시 기준 엔·달러 환율은 152.97~152.98엔으로 전날 오후 5시 대비 0.36엔 상승했다.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패배 영향으로 전날 엔화 환율은 153.3엔을 돌파해 지난 7월 3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국이 수습되기 전까지 엔화 가치는 단기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점진적 금리 인상을 통한 엔화 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거취가 불분명한 탓이다. '금리 인상파'로 통하는 이시바 총리는 저금리로 엔화 약세를 이끈 '아베노믹스'를 비판하며 일본 경제를 풍자하는 '부자 기업, 가난한 국민' 시대의 종결을 공언한 바 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될 경우 금리 인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입헌민주당은 최근 일본은행(BOJ)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2%'에서 '0% 이상'으로 변경하고 '실질 임금 상승'을 정책 목표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시장의 눈길은 이달 말 개최되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쏠린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3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한 뒤 9월에는 동결했다.
다만 일본 내 중의원 선거 결과와 별개로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창민 한국외대 한일정책연구센터장은 "(누가 총리가 되든지) 공은 일본은행으로 넘어간 것 같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관망(금리 동결)하고 미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금리 인상 속도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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