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탄핵 혹은 임기 단축 개헌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른바 '조기 대선' 시나리오가 정치권에서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에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여야 정치인들의 움직임도 다소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힌다. 이 대표가 최근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앞세우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중도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것을 두고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이 대표 외에는 신(新) 3김(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이 야권 내 주요 대항마로 꼽힌다. 이들은 이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향후 야권 내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김 지사와 김 전 지사가 지난 2일(한국시간) 독일에서 비밀리에 회동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종의 연대 가능성을 타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지사는 경기도 도정에 친문(문재인)·친노(노무현) 인사들을 적극 기용하며 접점을 늘리고 있으며, 친문·친노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는 올해 연말 귀국을 앞두고 있다.
김 전 총리는 4월 총선에서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승리에 기여한 후 잠행을 이어오다 최근 광화문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언론 인터뷰 등에 나섰다. '대구에 정치기반을 둔 민주당 후보'라는 상징성은 충분하다. 이낙연 전 총리 역시 자신을 둘러싼 정계은퇴설을 부인하고 현안에 목소리를 이어오고 있다.
여권은 윤 대통령 탄핵, 혹은 임기단축 개헌에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국민의힘이 주도해야 오히려 차기 대선에 후보를 낼 명분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주요 후보군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대표 등이 언급된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권영세·김기현·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박형준 부산시장과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여권 위기 상황에 목소리를 냈다. 사상 최초 '4선 서울 시장'으로 야당의 정책도 잘 활용하는 유연한 현안 대처 능력이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탄핵 사태' 이후 대선 주자로 나서 보수진영 붕괴를 막았던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이 무너지면 우리에게 차기 대선은 없다"면서 재차 보수진영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다만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될 경우 그는 '명태균 여론조작 의혹' 피해자로 일종의 동정여론을 기대할 수 있다.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정치 경험이 부족한 검찰 출신 대통령을 두 번 연속 선택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