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국내 증시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기업 실적, 글로벌 경기,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7일 아주경제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향후 국내 증시 전망을 질문한 결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개별 기업과 업종, 수급 등이 시장을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선 불확실성 해소와 금리인하 효과는 코스피 저항선까지 반등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보다는 글로벌 경기,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등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2025년 코스피 흐름은 실적장세 국면 이후 역금융장세가 오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과잉 완화로 인한 버블장세가 예상된다"며 "완화 정책 기조 하에 거래 회복, 수급 개선을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선 직후에는 변동성을 보일 것이나 장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보다는 각 업종별 중장기적 전망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이익 추정치 변화, 기술적 흐름, 시대적 흐름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트레이드보다는 경기 사이클과 업종별 업황에 집중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며 "2024년 말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2025년에는 유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 국면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 실적은 내년 3분기가 정점일 것으로 예상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5년 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마진 우려가 제기되면서 3분기 이익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실적 전망 변화 여부가 지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향후 정책에 따라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로 정책 및 법안 변경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정책 추진력이 강화돼 내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른 수혜업종은 조선, 기계, 방산, 바이오, 금융 등이 꼽혔다.
김영일 센터장은 "조선의 경우 미국 내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수요 증가로 운반선 발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화석 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의 추진을 예고하기도 했다.
방산 역시 트럼프 트레이드를 통해 시장이 기대감을 보여온 업종이기도 하다. 김동원 센터장은 "미국의 해외 무기 지원 축소, 자국 국방비 지출 증가가 공약이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북아시아 등 글로벌 군비 확장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와 1기와 다른 점은 '금리'라고 강조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집권 당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현재는 경기 둔화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감세 등 기대감이 있긴 하나 경기 국면도 다르고 인플레이션 금리 레벨도 당시와 다르다"고 말했다.
김동원 센터장은 "2016년 대선 직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82bp(1bp=0.01%포인트) 상승했고 대선 직전의 저점 대비로는 104bp 상승했는데, 현재는 저점 대비 83bp 상승 중"이라며 "1기 당시의 금리와 비교했을 때 향후 금리 인상 폭은 다소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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