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7000명 줄었다. 4개월 연속 10만명대 감소이자 26개월 연속 감소인데, 모수인 '인구' 자체의 감소가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당분간 30대 이상 노동인구는 증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젊은 노동인구는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통계청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 중위 기준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72년에 3622만명으로 50년 새 70% 수준까지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인구 감소는 생산활동 총량의 감소와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 우려로 이어진다. 노동이 자본과 함께 경제성장을 위한 양대 투입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통계청 추계대로 갈 때 2040년 경제성장률이 음수(-)가 될 수 있다고 작년 말 전망한 것도 같은 이유다.
경제성장은 이미 느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2.5%에서 2.2%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을 2.0%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당장 출생인구를 늘리더라도 이는 먼 미래의 잠재적 생산활동을 늘릴 수 있을 뿐이다.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와 사회 제도 개선을 통한 총요소생산성 증가도 단기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닌 만큼, 완만하게나마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한국 자본시장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백악관 복귀가 예고된 이래로 한국 증시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기업 자금 조달 난도가 올라가면 이들의 성장과 이익 창출을 통한 경제성장 기여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멈춘 줄 알았던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거세게 재개되며 주가는 5만원 중반 아래로 떨어졌다. 8월 블랙 먼데이 이후 2600선 회복과 안착을 시도해 온 코스피 지수는 다시 2500선 초반에 다가가고 있다.
지난달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한국 편입이 결정돼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며 정부와 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효과는 실제 편입이 이뤄질 내년 11월 이후에야 볼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장보다 미장'이라며 미국 주식 투자와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흥행 중이다.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한 환율에도 미국 증시 선호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코스피를 넘어 국내 증시 전체를 추월할 기세로 불어나고 있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보다 불리한 환율을 감수해도 미국에 투자하거나 더 큰 위험을 감수해도 코인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방향성과 강달러 환율 환경 속 수출주 실적 기대감은 옅어진 지 오래다.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며 연일 한국 자본시장 신뢰도와 매력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당장 뚜렷하지 않다. 올해 하반기 내내 개인 투자자들 원성을 산 금융투자소득세의 폐지에 야당이 마침내 합의했지만 증시에서 그 역할도 반짝 상승에 그쳤다.
이미 투자자들은 위험 대비 기대 수익률, 거래 투명성, 시장 안정성 등을 놓고 한국 증시를 미국 증시, 코인 시장과 함께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한국 자본시장의 '뉴노멀'이라면 정부는 올해 추진된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전반의 틀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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