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하락장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자기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는 행위로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1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코스피 지수까지 끌어올리며 투자자와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주식 취득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총 27개로 집계됐다. 주가가 하락해 자사주 매입을 검토 중인 곳도 많아 이달에만 30개를 웃도는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자사주 매입 규모는 총 3조3359억9602만원이다. 코스피 상장사는 삼성전자가 내년까지 매입할 계획인 3조원을 빼면 2259억5737만원, 코스닥 상장사는 1100억3865만원에 달한다.
특히 KT&G 1493억1000만원, 그래디언트 499억9999만원, 에스디바이오 300억1만원, NHN 100억25만원 등은 수백억 원대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앞서 하반기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상장법인이 △7월 23개 △8월 23개 △9월 16개 △10월 12개로 점차 줄어들던 모습과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자사주 매입이 활발히 이뤄지는 배경으로 시장의 불안정성을 꼽는다. 경기 둔화 우려와 글로벌 긴축정책 등 영향으로 저평가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자사주 매입이 기업 가치를 부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사주 매입은 장기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2017년 이후 7년 만에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매입 규모도 10조원에 달해 역대 둘째로 많다. 삼성전자 행보에 주요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사주 매입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유동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특히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신중한 접근을 권한다. 기업의 재무구조와 향후 성장성을 꼼꼼히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면 장기적으로 유동성 악화와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아울러 대규모 매입은 기업의 현금 흐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자사주 매입 발표만을 근거로 투자하기보다는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계획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저평가된 가치를 부각시키고 주가 부양을 도모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면서도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한 뒤 투자 전략을 세우고,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보다 신중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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