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장에서는 정작 반응이 시큰둥한 상황이다. 전세사기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수요와 공급 모두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요 진작책이 빠진 정책으로는 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쏠림 현상 완화와 주거사다리 회복을 위해서는 결국 비아파트 시장이 살아나야 하는 만큼 세제 지원 등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인허가받은 비아파트는 2만7671가구, 착공된 비아파트는 2만5278가구로 전년 대비 각각 31.3%, 23.5% 줄었다.
거래 역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10월 기준 서울의 연립·다세대 매매거래량은 1682건, 전월세 거래량은 7510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21.9%, 12.9% 각각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매는 17%, 전월세는 35.4% 하락했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로 인한 대출 규제 여파가 아파트뿐만 연립·다세대 거래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아울러 2025년까지 신축 예정인 빌라 11만 가구 이상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주택을 다 짓고도 팔지 못하는 미분양 리스크를 공공에서 책임지겠다는 취지다.
또 비아파트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비아파트를 매수하는 경우에도 아파트 청약 불이익이 없도록 무주택 인정 범위를 확대했다. 최근에는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제한까지 폐지하면서 오피스텔을 주거 용도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규제를 전부 없앴다.
정부가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전세사기 여파로 사실상 비아파트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수요 진작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장려하던 등록임대주택은 다주택자의 세제 회피를 위한 우회 수단으로 지목받았고,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현재는 혜택보다 규제, 의무사항이 더 많은 상황이다.
매입임대주택 사업 역시 정부의 계획대로 사업이 이뤄질지 의문인 상황이다. 정부 주택 정책의 상당 부분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으면서 재무와 업무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초 LH의 올해 신축 매입임대 목표량은 2만7000가구였다. 그러나 정부가 8·8대책(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으며 내년까지 6만 가구를 더해 총 11만 가구를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보험 가입기준 강화를 추진하는 점도 부담이다. 보증보험 가입이 더 어려워지면 월세화가 더욱 가속되고 임대차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아파트 활성화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결국 수요가 회복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제언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공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요는 대출과 비아파트 기피 현상 등으로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 완화와 함께 다주택자들이 비아파트 구매에 나설 수 있도록 추가적인 세제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정상화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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