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를 척결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는 7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과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집회로 전운이 감돌았다.
이날 민주노총, 참여연대,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수많은 시민단체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모여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을 국회에 촉구했다.
국회앞에 설치된 무대에 오른 민주노총 관계자는 "참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민주노총과 시민은 속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은 계엄령 선포때 국회로 즉시 달려가 윤 대통령의 퇴진을 결의하고 총파업하며 함께 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와 역사 왜곡을 멈췄다면, 노동자 탄압을 멈췄다면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순직 외압 사건, 언론 외압을 멈췄더라면 오늘 이 같은 고통의 시간 없었을 것"이라며 "이 치욕스러운 시간 반복하기 않게 윤 대통령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영조 시민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계엄령을 선포한지 100시간도 안 지난 지금 우리는 이 자리에서 유례없는 역사의 새로운 장을 위해 결의한다"며 "내란수괴 윤석열을 자리에서 끌어내자. 이제 민주주의의 문이 열릴 것이다. 우리가 함께 열 것이다. 이번에는 결코 그 문 닫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기 세월호참사가족협회의회 운영팀장도 "현 상황에 대해 국민으로서 참담함 느낀다. 2024년도에 살고 있는 내가 맞나 싶다"며 "국가가 국민에게 총부리 겨눈 게 받아들이기 힘들고 우리가 이미 8년 전에 탄핵으로 인해 촛불을 든 아픈 기억이 있다. 2024년에 또 이렇게 촛불이라는 현실이 참담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100만명(4시19분 기준)이 여의도에 몰렸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오후 3시 20분 기준 국회 정문 앞 집회 참가 인원이 2만 1000명으로 추산 된다고 밝혔다.
국회 앞에는 시민단체 외에도 일반 시민들도 대거 참석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신모씨(72)는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두고 "담화라고도 할 수 없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대한 설명과 사과가 우선되어야 하고 본인의 거처를 명확히 국민께 공표하거나 최소한 자진사퇴를 해야한다"면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서초구에서 왔다는 서모씨(48)는 "담화문에 계엄령에 대해 잘못했단 얘기는 없고 나는 잘못없고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우리당이라니 이 사람(윤 대통령)은 헌법을 모르는 사람 같다. 용서할 수 없다. 8년전 탄핵집회때도 나왔는데 이 짓을 또 해야 하다니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는 광화문에서부터 서울 시청까지 긴 도로를 점령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동화면세점에서부터 시청역 3번출구까지 길게 이어선 의자들이 수많은 참가자수를 가늠케 했다.
주영락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홍보팀장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본래 집회 참가 신고인원은 1만5000명이었으나 집회 측 추산 인원이 30여만명”이라고 설명했다.
전광훈 목사의 연설이 오후 4시에 예정됐던 만큼 전 목사의 신도들은 일찍이 광화문에 자리를 잡았다. 전라북도 정읍에 거주하는 70대 조씨는 "오전 7시에 출발해서 11시 20분에 광화문에 도착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전 목사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해서 방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요원으로 참여한 이씨(14)는 "학생부 봉사를 하러 왔다"며 "탄핵은 안 될 것 같고 (탄핵) 된다면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겠다"고 했다. 김정희씨(58)는 "계엄은 위험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려 했던 거다"며 "반주사파를 물리치기 위해 계엄 선포를 한 목적을 알고 기자를 하라"며 강조했다.
50대 후반 김씨는 "전라남도 고흥에서 올라와 새벽 5시에 도착했다"며 "나라와 민족을 살리기 위해 참가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탄핵 가결 투표를 한 배신자들이 정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 내용을 알아서 뭉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이날 오전 10시에 있던 윤 대통령의 담화는 간결하고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고 반응이 가장 좋은 담화였다"며 "담화 시간이 더 길어졌으면 여야가 공격할 거라 잘했다"고 반응했다.
보수단체 집회임에도 가결에 대한 전망을 바라보는 참가자도 있었다. 지난 6일 저녁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이씨(45)는 "(탄핵안이) 가결될 것 같다"며 "그럼에도 계속 지지하고 시위하겠다"며 각오를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며 "야당이나 한동훈 대표의 행동들 때문에 한 담화였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반면 호기심에 집회를 참관하러 온 외국인도 있었다. 일본에서 교환학생 생활 중인 네덜란드인 잭슨씨(20)는 "현재 사태가 흥미로워 호기심에 오게 됐다“며 ”양쪽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거라 생각하고 가능하다면 반대 집회도 참관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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