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역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이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6일 언론공지를 통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대표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09년 대검찰청 중수부장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이끌었는데, 당시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을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라고 극찬을 보낸 바 있다.
이런 인연으로 김 전 위원장은 검찰청에서 퇴직한 뒤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활동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국민권익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을 연달아 지냈다.
변호인단에는 김 전 위원장을 포함해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채명성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석동현 변호사,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을 변호했던 최지우 변호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만 석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장 합류하지 않고 법률 자문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구속 전 조사에 입회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들이 지난 11일 사임하자 12일 법무법인 자유서울의 이하상, 유승수변호사를 새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은 법무법인 대륜이 변호를 맡기로 했고, 조지호 경찰청장은 울산지검장 출신의 노정환 변호사가 담당하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내란죄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내란죄는 양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밖에 없어 사실상 법정에서 다퉈볼 여지도 많지 않기에 대형로펌들은 수임을 꺼리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아 향후 변호사 생활에도 지장이 불가피할 것이 예상됨에도 변호인들이 변호를 맡은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란 피의자들의 변호인 선임을 놓고 법조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의 경우는 윤 대통령과 검사 재직시절 상당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고, 윤 대통령도 김 전 위원장을 존경하는 선배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이(윤 대통령)변호를 맡겠다고 했을 때 로펌에서도 반대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의 인연,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고 판단한 거 같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검사와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상당한 재산을 모은 것도 있어 향후 변호사직에 연연해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배경이 된 거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13년 부산고검장 재직 당시 1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2023년 7월 국민권익위원장 취임 시에는 10년 만에 49억 가까이 늘어난 61억5000만원을 신고하기도 했다.
이어 한 로펌 관계자도 "노이즈 마케팅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회적으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있고 그들도 이걸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법조인들은 극악무도한 살인범들도 변호를 받는데 내란 피의자들 역시 정당한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군 간부들이 했던 행위들에 관해서도 일부는 재판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수임을 해도 무리가 없다는 법리적 판단하에 사건을 맡지 않았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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