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17일 "제 잘못이 있다면, 한동훈 대표의 길에 더 큰 힘을 실어주지 못했고, 더 큰 지지를 보여주지 못한 거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 4·10 총선에 여권 험지 노원을에 출마했고, 올 7월 출범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는 당 대변인을 맡으면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동훈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저 역시 국민의힘 대변인과 서울 노원구을 당협위원장직 등 제가 가진 모든 당직에서 사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는 한동훈 대표 지도부의 일원이었고, 지지했다. 옳은 길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면서 "저의 사퇴가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저의 결자해지를 통해 당이 쇄신과 변화를 멈추지 않길 기도한다. 누군가는 미움 받고 멸시 당해도 올바른 목소리가 모여, 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표는 총선 이후 급격히 '영남당'으로 쪼그라들고, 기득권과 지지층만 바라보는 허약한 국민의힘을 민심에 반응하고 수도권에 지지받는 전국 정당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며 "정부가 가진 수많은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일부 친한계 의원들을 향한 친윤계의 공격을 두고선 "동료 의원에 대한 기본적 품위와 상식은 지켜줄 것을 부탁드린다"며 "탄핵에 찬성한 의원에 대한 전수조사, 따돌림과 공격은 국민의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정치를 하는 집단이지 조폭, 깡패들이 모여있는 폭력배 집단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리돼야 할 주체들이 이 상황을 정리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진즉에 사퇴해야 할 사람들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사퇴하게 했다. 이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 전 대표 사퇴를 종용했던 친윤(친윤석열)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20차례가 넘는 공직자 탄핵은 대한민국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대한민국을 망국의 길로 등 떠미는 행태"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수부대를 비롯한 군인을 투입해 상황을 뒤집으려 하는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조만간 대한민국 정치에서 사라질 범죄자가 대통령의 비상계엄 하나로 부활했다. 너무나 서글프고 답답한 심정"이라며 "대통령의 비상 계엄과 며칠 뒤 발표한 담화문으로 우리가 염원했던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대변인은 "우리 눈앞에 펼쳐진 고난과 어려움이 탄핵의 강이 아니라 거대한 바다라고 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반드시 이겨낼 거라 확신한다"며 "당이 하나 되어 우리가 마주한 고난과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내길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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