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료 무서워" 덜덜 떠는 쪽방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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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교 기자
입력 2024-12-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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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밤추위대피소를 안내하는 공지가 붙어 있다 사진안수교 기자
18일 오후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밤추위대피소를 안내하는 공지가 붙어 있다. [사진=안수교 기자]


“어제까지는 방이 서늘했는데 오늘은 그래도 따뜻하네, 평소에 방이 추워도 전기난로 사용하면 돈을 따로 내라 할까 봐 그냥 살아.”

18일 오전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김분돌씨(82)를 만났다. 김씨는 사랑방이라고 불리는 쪽방촌 공간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1년째 밥짓는 봉사를 하고 있다. 낮 기온마저 영하로 뚝 떨어진 이날, 김씨는 봉사를 나갔다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내복을 챙겨 입으러 집에 들렀다.

방에 들어서니 온기가 차 있었지만 김씨는 “매번 이런 건 아니고 냉골일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평 남짓 방안에는 전기난로 등 추위를 이길 만한 장비는 없었다. 전기난로를 사용하면 쪽방 월세 35만원에 추가로 전기료를 내야 할지도 몰라서다.

60대 최영진씨는 쪽방 관리인으로 여름철엔 에어컨을, 겨울엔 보일러 켜고 끄는 역할을 한다. 최씨는 쪽방 골목 한쪽을 가리키며 “대부분 오전 10시가 되면 보일러 온도를 낮춘다”며 “주인마다 천차만별인데 저쪽은 따뜻하게 못 지낸다”고 말했다.


실제 쪽방 주민 4명 중 1명은 겨울철 난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1854명 중 27.6%가 ‘춥다’고 답했으며, ‘따뜻하다’고 답한 쪽방 주민은 25%에 불과했다.

이에 서울시는 쪽방 주민의 한파 지원을 위해 ‘밤추위대피소’를 운영한다. 밤추위대피소는 낮에 샤워실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쪽방 주민을 위한 동행목욕탕으로, 밤에는 추위를 피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지난해 4곳이었던 밤추위대피소는 올해 5곳으로 늘었다. 이날 돈의동 쪽방 골목에도 밤추위대피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여러 군데 붙어 있었다.

서울시는 겨울철 쪽방촌 특별보호대책도 가동하고 있다. 주‧야간 순찰팀을 가동해 쪽방 주민의 안부와 건강을 확인하고 밑반찬‧생필품 등을 전달한다. 겨울철 화재 위험도 점검한다.

한편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 한파 및 화재에 대비한 현장을 점검했다.

돈의동쪽방상담소 1층에 운영되고 있는 온기창고에서 방한용품을 비롯한 생필품, 식료품 등을 살폈다. 이후 소방재난본부와 함께 화재 예방 시설과 쪽방 주민에게 순댓국을 제공하고 있는 동행식당도 둘러봤다.

현장을 둘러본 오 시장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주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한파뿐 아니라 화재 안전도 각별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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