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주도로 통과된 감액 예산안이 시행된다.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 속에 기존 정부안에서 4조1000억원이 감액된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처리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고, 컴퓨팅 인프라 관련 예산 증액이 반영되지 못하면서 올해 정부의 AI 정책 시행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AI·디지털 혁신 부문에 8700억원을 투입한다. 당초 정부 계획안인 8800억원보다 100억원 감액됐지만 지난해(8400억원)보다 300억원 늘어났다. AI·디지털 혁신 분야는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 AI·디지털 확산, 따뜻하고 안전한 AI·디지털 세상 구현 등이 포함된다.
우선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감액 예산안 통과로 AI 연구용 컴퓨팅 R&D 예산 3217억원 증액이 무산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우려하듯 과기정통부 역시 올해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면 AI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AI 시대에 AI 인프라를 깔아주는 데 정부 예산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기 추경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정부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 1월부터 예산안을 우선 시행한 뒤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위원장이 공석인 국가AI위원회 운영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가AI위원회는 AI 정책 전반을 심의·조정하는 AI 정책 컨트롤타워로,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AI 전략을 수립한다.
위원회가 정부 예산안 제출 이후 출범하면서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을뿐더러 탄핵 정국으로 인해 위원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기본법 제7조에 따라 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이, 부위원장은 민간위원이 맡게 된다. 현재 부위원장은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맡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달 AI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정 기구로 승격됐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AI위원회 운영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위원회 활동을 보조하는 국가AI위원회 지원단을 꾸려 운영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원단은 과기정통부, 기획재정부 등 10개 정부부처에서 각각 파견돼 13명으로 꾸려졌다. 대통령실 AI·디지털비서관을 단장으로 기재부와 과기정통부 과장 등이 포함된다.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직법상 위원장 공석일 때 부위원장이 대행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예산도 기재부 예비비 편성 등을 통해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원회는 계획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1월 말 중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