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군복 입은 군인들께 새해 1독(讀)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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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
입력 2025-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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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 사진한국국방안보포럼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 [사진=한국국방안보포럼]
 
 
딱 15분이면 충분했다. 전문과 130개 조항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헌법을 눈길 따라 자연스럽게 읽어보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문구와 행간의 의미를 완벽하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헌법의 구성과 내용을 대략 살펴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최근 언론을 통해 핵심적 이슈가 되고 있는 탄핵과 비상계엄, 헌법재판소의 역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건축물이 설계도를 통해 실체가 예측되고 구현되는 것처럼, 헌법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설계하고 디자인하고 있다. 헌법학자나 법을 전공하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국민 누구나 손쉽게 읽어볼 수 있다.
 
그러나 30여 년 군 생활 동안 헌법은 그냥 고리타분한 법전의 하나일 것으로 간주했고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식으로 교육을 받았던 기억도 희미하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공간에서 헌법이라는 명칭을 인용하며 장병교육에 나섰던 기억을 떠올리면 매우 부끄럽다.
 
헌법 조문 가운데 우리 머리와 가슴에 떨림을 안겨주는 문구들이 많다. 특히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성경 구절처럼 암기하고 있다. 뭔가 울컥함을 느끼게 한다. 민주공화국을 지키고 수호하는 게 바로 군복 입은 군인의 사명이자 자부심이라는 걸 군복을 벗고 나서 뒤늦게 절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공적 직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든 공직자와 군인들에게 헌법은 출발선이자 필독서가 되길 소망한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취임선서, 훈련병으로 입대한 스무 살 청춘의 입영선서, 장교와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간부들도 공통적으로 헌법 준수를 엄숙히 서약하고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제17조는 “○○○는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하며”를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며 병역법은 남성들에게 군입대를 명령하고 있다. 군복 입은 군인들은 항상 자신에게 ‘나는 왜 군복을 입고 있는가’ ‘나는 무기를 들고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답변은 간명하다. 대한민국 국민과 헌법이 표현하고 지향하는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병훈련소 입소 후 받게 되는 교육의 첫 번째는 제식훈련이 아니라 헌법이어야 하고 사관학교 또는 장교·부사관 제복을 입더라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교관에 의한 강의식 교육보다 각 개인이 자연스럽게 1독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주면 좋겠다.
 
국방부가 제작하는 ‘장병정신전력 기본교재’에 헌법 전문을 반영하고 장병이 휴대할 수 있도록 포켓형으로 배포하는 것도 필요하다.
 
2025년 병사들 급여, 특히 병장 기준 월 205만원으로 올려주는 것만큼 매우 중요한 것은 ‘왜 군대를 왔고,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를 공감토록 하는 것이다.

헌법은 바로 그런 존재감을 지닌다. 부디 15분만 시간을 내어 편하게 대면하길 부탁한다. 혹시 조금의 여유가 더 있다면 휴대폰으로 검색해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52개 조항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부여된 소임을 늠름하게 완수하고 있는 국군장병 모두의 건강과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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