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완성차업체 도요타자동차의 2025년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미국 사업 동향이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미국 내 하이브리드자동차(HV)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가 1기 행정부 시절과 같이 노골적인 압박을 다시금 가해오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업체 6곳의 미국 내 신차 판매량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한 왕성한 신차 수요 덕분에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신차 판매량 세계 1위인 도요타도 전년 대비 3.7% 늘어난 233만2623대를 미국에서 팔았다.
도요타는 이처럼 미국 내 신차 판매량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트럼프 재집권 후 또다시 비난의 화살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1월 5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관세를 더 내라”며 도요타를 저격했다. 도요타가 멕시코에 신공장을 짓고 ‘코롤라’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려는 계획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악몽이 재현될 조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11월 7일 멕시코 경제장관과 면담을 통해 픽업트럭 ‘타코마’ 생산을 위해 멕시코에 14억5000만 달러(약 2조13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타코마’는 사막과 같은 험로 주행에 강점을 갖고 있어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약 20년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온 주력 차종이다.
그런데 멕시코에 대한 투자를 발표한 지 3주 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취임과 동시에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멕시코 공장 증산 계획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도요타 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요타 간부는 닛케이에 “(도요타가) 미국 공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도요타는 미국 내에서 완성차 공장 5개에다 부품 공장까지 합해 모두 10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닛케이는 “이들 대부분 공장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주에 위치해 있다”고 짚었다.
도요타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표적이 ‘중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예단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더욱 크다. 트럼프 1기 때보다 상황이 훨씬 나쁘다는 평가도 나온다. 1기 때는 일본 정부가 무역 협상을 타결해 관세 인상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고, 관세가 확대되더라도 중국 시장 확대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 현지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 등에서 일본차를 앞지르고 있어 미국 시장 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트럼프 재집권 후 미국 내 생산을 강요받게 되면 ‘일본 국내 생산 300만대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가 관세를 무기로 일본차 업계를 압박하는 일이 수시로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8년 전 악몽’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요타 북미 법인은 우선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원)를 기부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완성차업체들이 100만 달러를 기부하자 이러한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이 밖에도 도요타는 트럼프 정권 인맥을 구축하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1기 시절 도요타 측이 의지했던 인맥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었다. 트럼프 2기 부통령으로는 J. D. 밴스 상원의원이 취임할 예정인데 도요타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인물로 알려졌다. 따라서 도요타는 미국 내 로비 활동 등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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