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며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새로 설정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가계대출 규제를 점차 풀기 시작했다. 아직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자칫 과도한 대출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5대 은행은 기존에 시행 중이던 가계대출 관리 방안 문턱을 낮추고 있다. 올해 실행하는 대출 건부터 완화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2억원으로 제한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폐지했고,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기간인 주담대 거치기간을 다시 운영한다.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도 없애 대출 한도를 늘렸다. 주담대와 함께 가입하는 보험인 MCI·MCG가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다.
다른 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중단했던 비대면 대출 판매를 재개하거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다시 허용하기 시작했다. IBK기업은행도 5대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 2일부터 다른 은행에서 대환(갈아타기)을 통해 넘어오는 주담대·전세대출 취급을 재개했고, 그간 막았던 대출모집인·비대면을 통한 신규 가계대출 판매를 풀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규제 완화에 나선 건 연초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가 새로 설정되며 수요 관리 압박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들은 연말까지 목표로 제시했던 가계대출 증가율을 맞추기 위해 사실상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수준까지 관리를 강화했는데 올해 1월이 되면서 연간 가계대출 총량이 갱신됐다.
최근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도 앞다퉈 내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일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3.98~5.38%에서 3.83~5.23%로 0.15%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주기형 주담대 가산금리를 0.09%포인트 내렸고, NH농협은행도 지난달 23일 주기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올려 사실상 대출금리를 낮췄다.
‘가계대출 대목’으로 여겨지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단지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 수요를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5대 은행은 잔금대출 공급액을 지난해 말 총 9500억원에서 현재 1조5500억원까지 늘렸다.
문제는 아직 올해 가계대출 목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현재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가계대출 목표 등을 포함한 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아직 받지 못했다. 올해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총 증가액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먼저 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에 가계대출 총량이 새로 설정되는 만큼 은행들이 관리 방안을 완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한꺼번에 대출 공급을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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