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과 파나마운하 편입 의사를 밝히며 군사력 사용 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동맹국들에게는 현재의 2배를 웃도는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면서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영토팽창주의를 지향하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느 쪽도 장담할 수는 없다”며 “경제 안보를 위해 이들 지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나토 회원국이고 파나마는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라는 점에서 이런 트럼프의 발언은 동맹과 우방을 향해서도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 주민들이 독립이나 미국으로의 편입을 투표로 결정하는 경우 덴마크가 그것을 방해하면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는 파나마가 미국에 과도한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파나마운하(문제)는 현재 파나마 측과 논의하고 있다”며 “파나마 정부는 협정의 모든 면을 위반했고, 도덕적으로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방문해 5시간가량 머물기도 했다.
덴마크와 파나마는 즉각 반발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현지 TV2 방송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린란드의 미래를 결정하고 정의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린란드뿐”이라고 강조했다. 하비에르 마르티네스-아차 파나마 외무장관은 언론에 성명을 내고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 운하의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 투쟁의 역사이자 돌이킬 수 없는 획득의 일부”라고 단언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 회원국을 향해 국내총생산(GDP)의 5%를 방위비에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의 가이드라인인 2%를 크게 뛰어넘는 요구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GDP의 5% 방위비 지출’은 미국을 포함해 어떤 나토 회원국도 도달하지 못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노골적으로 동맹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한국에도 마찬가지 요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0억달러(약 7조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그는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으로 부르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금액은 최근 한·미 양국이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 규모보다 9배 이상 많은 수치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플로리다 등 5개 주와 멕시코, 쿠바 등에 둘러싸인 멕시코만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꿀 것”이라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이냐.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캐나다에 대해서도 “경제적 강압”을 사용할 수 있다며 고율 관세 부과를 다시 한번 예고했다.
코리 샤키 미국기업연구소(AEI) 국방·외교 정책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트럼프 당선인이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실행 가능한 정책이라 믿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면서도 “그는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믿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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