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이자 최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미 형사 재판이 내년 1월 26일에 시작될 예정이다.
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폴 엥겔마이어 뉴욕 남부연방법원 판사는 2026년 1월 26일로 권씨의 재판을 잠정 결정했다. 그는 1심 재판은 4주에서 8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앵겔마이어는 1년 넘는 재판 연기에 대해 “전례없는 일”이라며 권씨의 변호사에게 더 빠른 재판을 원한다면 일주일 내로 응답하라며 재판 기일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자레드 레노 수석검사는 이날 맨해튼에서 열린 첫 심리에서 권씨의 4개 휴대전화를 잠금 해제하고 한국어를 번역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권씨는 지난달 31일 2년 가까이 이어진 인도 소송 끝에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인도됐다. 현재 그는 뉴욕 브루클린 연방 구치소에 수감됐다.
권씨는 지난 2일 기소인부 심리에 출석해 판사가 유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권씨는 취재인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호송 인력과 법정을 떠났다.
앞서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가 안전하다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시장을 조작해 전 세계 100만명 이상의 피해자에게 400억달러(약 58조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붕괴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씨는 사기공모, 시세조종 공모 혐의와 각각 2건의 상품사기, 증권사기, 정보통신사기 혐의,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건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몬테네그로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은 이후 자금세탁 공모 혐의 1건이 추가돼 현재 그의 범죄 혐의는 9건이다.
권씨는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그동안 현지에서 필사적으로 법적 대응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의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9건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권씨와 테라폼랩스는 2023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민사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이후 뉴욕 배심원단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45억달러(약 6조5000억원)의 벌금과 환수금을 지불하라는 선고가 나왔지만 권씨는 2억달러(약 3000억원)만 제출한 채 테라폼랩스를 파산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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