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례적인 조치로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 긴장 고조에 대비해 미국과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측이 트럼프 정권 인수팀에 시 주석이 오는 20일 열리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고위 관리를 특사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알렸다고 9일(현지시간)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공식 행사에서 시 주석을 대행하는 한정 국가부주석이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등이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또 다른 내부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이 시 주석을 초청한 만큼 특사를 왕이나 한정 수준으로 한다면 트럼프가 불쾌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중국은 올바른 관계 시작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관리를 파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식에 시 주석을 이례적으로 초청해 중국과의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특사 파견은 이에 대한 시 주석의 화답 격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관세 정책(중국산에 60% 부과)에 대비해야 하는 중국은 미국과의 마찰 완화에 필사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FT는 이전까지 중국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워싱턴DC 주재 대사를 파견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중국 관리 중 한 사람이라도 참석한다면 전례 없는 일이 된다고 짚었다. 중국이 취임식에 파견할 특사는 트럼프 정권 인수팀과도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대내적 위험을 감수하고 시 주석이 직접 취임식에 참석하기엔 트럼프 당선인이 너무 예측불허"라면서 "상당한 위상을 지닌 특사를 파견해 트럼프 측 내각 인사와의 만남을 추진해 빈손으로 돌아가거나 공개 망신을 당할 위험을 줄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올바른 관계를 원한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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