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국내 증시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이차전지 업종만은 유독 예외다. 중국의 이차전지 기술 수출 제한 조치가 국내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정책 리스크가 여전하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아직 바닥이 멀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종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3%), SK이노베이션(-2%), 삼성SDI(-2%), 에코프로비엠(-9%), 포스코퓨처엠(-3%) 등 이차전지 대형주들이 일제히 떨어졌다. 'KRX 2차전지 톱10' 지수도 전체 시장 하락세보다 가파른 2%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 3일부터 5거래일 간 올랐으나 연이틀 내리면서 작년말 수준인 2900대로 되돌아갔다.
지난달 계엄 사태 이후 우리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7거래일 간 코스피에서 1조5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유입된 매수세가 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SKC, 에코프로머티 등 이차전지 대형주는 1000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규제 완화 우려에도 미·중 갈등 고조에 따른 반대 수혜와 업황 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수급 효과로 나타나 연초 이차전지 업종 주가가 강세였다"며 "추세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수요·투자 사이클 회복이 선결돼야 하고, 1분기 내 유럽과 미국의 정책, 전기차 판매량 데이터 등 업황 회복 신호를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도 "연초 실적 발표 자리에서 업체별로 연간 사업 전망을 제시하게 될텐데, 최근 전방 수요 상황과 미국과 유럽 내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보수적인 계획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한국 이차전지 밸류체인의 주가흐름도 낙관적으로 흐르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방어적인 투자 전략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중국의 배터리용 부품·리튬 제조 기술 수출 제한이 현지 업체와 미국 완성차 업체 간 협력에 차질을 빚게 해 국내 업체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지만, 미국의 경우 이달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얼마나 후퇴시킬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유럽 지역에선 새로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다음달 총선을 치르는 독일 정부의 정책도 업황 변수로 남아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조치가 미국·유럽의 에너지 안보 리스크 대응과 자동차·배터리 기업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 움직임을 자극해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이차전지 주가 버블은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미국·유럽 친환경 정책 리스크를 감안해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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