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중국·일본 기업의 공세에 한국 기업은 차별화된 소비자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격차를 유지할 계획이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고객을 락인(종속)시킬 방침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부회장)는 CES 2025 기자 간담회를 통해 "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술 포인트가 생겼다는 의미"라며 "과거에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이런 점으로 앞서가려 했다면, 이제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무슨 가치를 줄 수 있느냐로 차별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채택한 프리미엄 TV로 매출·영업이익을 확대하는 전략 일변도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와 미니 LED TV 시장 경쟁력 강화로 판매량을 확대하는 전략도 함께 펼친다. TCL·하이센스의 미니 LED TV 굴기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가 CES 2025에서 공개한 RGB 마이크로 LED TV다. LED 픽셀의 크기를 크게 줄여 색상 표현력을 강조하면서 제품 두께를 OLED TV 수준으로 얇게하는 데 성공한 제품이다.
SK그룹은 빅테크인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반도체·소재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을 더욱 확대한다. 최 회장은 CES 2025 기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뒤 "기존에는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개발 속도보다 뒤처져 있어 엔비디아 측 요구가 더 빨리 개발해 달라는 데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SK하이닉스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앞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SK의 HBM 기술 경쟁력에 관한 최 회장의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최 회장은 SKC의 유리기판을 엔비디아에 공급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과거 '내쇼날' 브랜드로 가전 산업의 왕이었던 파나소닉은 전자부품과 2차전지 사업을 바탕으로 B2B 시장에서 재기를 꾀하고 있다. 유키 쿠스미 파나소닉홀딩스 CEO는 "파나소닉은 지속가능한 기술을 토대로 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 주력해왔다"며 "앞으로는 AI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새롭게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파나소닉 고'라는 사업 비전을 공개하고 AI 사업 비중을 오는 2035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소니픽처스(컬럼비아), 플레이스테이션 등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를 보유한 소니는 가전과 영화, 게임 등 콘텐츠의 결합을 지속해서 추진한다. TV와 카메라 사업으로 축적한 기술을 활용한 공간 콘텐츠 제작 플랫폼 '진 모션 스튜디오'와 실제 차량과 배경을 합성해 영화 촬영을 한층 빠르고 저렴하게 해주는 '픽소 아키라' 등을 시연하며 관람객의 호평을 끌어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CES 2025의 주역이 엔비디아였다고 평가한다.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기업은 함께 주목받고 협력하지 못한 기업은 관심 대상에서 멀어졌다. 실제로 황 CEO의 개막 키노트에서 마이크론, 도요타 등과 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와 자율주행차 사업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두 기업의 주가는 동반 상승했다. 황 CEO는 다음날 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 사업에서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도 협력한다고 정정하며 한국 기업의 체면을 세워주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도 CES 2025 기간에 엔비디아와 AI, SDV(소프트웨어정의차량), 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상승세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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