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파에도 은행들은 지난해보다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를 확대했다. 하지만 은행권 노조는 총파업을 전면에 내걸고 투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최대 수익을 내고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최근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고 임금인상률을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2.0%) 대비 0.8%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사측과 일괄적으로 협상하는 사안이어서 국민은행도 2.8%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은 성과급도 확대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현금성 포인트와 현금 지급액을 늘렸다.
우리은행은 아직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노조 측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노조에서 성과급으로 임금 300%와 10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년 조건(통상임금 280%)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노조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은행들이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16조9245억원으로 전년(15조1367억원) 대비 1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사 순이익 총액이 17조원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15조6503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시장 금리 하락에도 순익이 불어난 것은 은행권의 예·수신 금리 격차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대출 금리는 올리고 시장 금리 하락에 맞춰 예금 금리는 내렸다. 금융당국의 지시 때문에 대출 금리를 인상했지만, 은행들이 지난해에도 이자 장사에 몰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인 시선과 달리 일부 금융노조 산하 지부들은 임금 인상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파업까지 경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임단협 결렬 이후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후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악의 경우 2019년 1월 이후 6년 만의 총파업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IBK기업은행 노조가 성과급 등에 불만을 품고 창립 64년 만에 총파업을 성사시킨 바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사측과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2차 파업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노조의 연쇄 파업 움직임에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내수 부진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서민과 소상공인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데 은행은 가계와 기업이 낸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돈 잔치'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2023년 기준 5대 은행의 직원 근로소득은 평균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3억 후반~4억원대 특별퇴직금을 받고 은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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