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의 54개 국가 중 어느 나라와 경제교류를 해야 하는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아프리카 국가 중 교류 활성화를 위해 대상 국가의 정치 및 사회적 안정성, 지리적 위치, 인적 자원의 질적 우수성, 정부의 거버넌스, 경제발전 가능성 등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탄자니아가 경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대상국이 될 수 있을지 살펴보자.
탄자니아는 인구 6720만명에 면적은 한반도의 거의 5배가 된다. 모두 129개 종족이 있으며 기독교, 이슬람, 토속 종교 등 다양하나 주변 국가에 비해 인종이나 종교로 인한 갈등이 없는 편이다. 19세기 말부터 독일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으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1961년 독립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세네갈과 더불어 쿠데타를 경험하지 않은 2개국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1964년 잔지바르(Zanzibar)를 흡수하면서 국명이 탄자니아연합공화국(United Republic of Tanzania)으로 바뀌었다.
탄자니아 북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 사파리 공원인 세렝게티(Serengti)국립공원의 넓이는 1만4000㎢로 경기도 면적의 1.4배에 이른다. 아프리카의 영봉이라는 킬리만자로와 함께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다. 잔지바르는 16세기 초부터 300여 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으나 1860년 초 오만의 식민지가 되었다. 잔지바르 면적은 제주도의 1.3배에 이르고 자치 정부를 가지고 있으며 별도의 비자를 받아야 입국이 가능하다. 아랍 상인들에 의해 향료 생산 및 판매의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관광지로도 유명해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탄자니아는 케냐,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말라위 및 모잠비크 등 8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케냐 및 모잠비크를 제외한 6개 국가가 내륙 국가이다. 이는 탄자니아가 해상과 육상을 연결하는 교통물류 중심국 역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탄자니아 경제는 1차 산업 위주로 농업 분야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이고 노동력은 65%를 차지한다. 금, 다이아몬드, 니켈,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며, 경작면적이 넓어 식량문제를 겪은 적은 없으나 아직도 인도 등에서 쌀을 수입하고 있다. 사막이 없으며 농업 분야 발전 가능성이 높아 영농기술이 발달하면 농산물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탄자니아의 2023년 연간 무역 규모는 120억 달러. 주된 수출품은 농산물 제품으로 커피, 차, 담배, 캐슈넛, 참깨, 금, 다이아몬드, 탄자나이트, 수산물, 섬유 등 대부분 1차산업 제품이다. 주요 수입품은 기계류,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및 부품, 일반 소비재 상품, 약품 등이 차지하였다.
수산자원이 풍부하여 전 세계 10위 수산 국가이며 인도양 및 빅토리아 호수, 탕가니카 호수 등의 각종 수산물 어획량은 연간 약40만 톤에 이른다. 어획량은 현대화된 어업 활동을 통해 쉽게 늘릴 수 있으며 수산물 가공업이 전무한 상태이다.
2024년 관광객 증가 수는 약 150만명으로 전년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GDP의 약 10%를 차지하고 고용인구가 약 15만명에 이른다. 관광업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한다면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은 쉽다.
탄자니아는 1인당 ODA(공적개발원조) 규모가 가장 큰 아프리카 국가이다. 사하라 이남 국가 중에서 원조의 규모는 에티오피아 다음 둘째로 큰 금액이다. 이는 국제 원조 사회로부터 정부의 거버넌스 및 사업 수행 능력이 인정받기 때문에 가능하다. ODA 규모는 연간 약 30억 달러에 달한다.
교류 협력
2023년 탄자니아와 중국의 교역규모는 87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중국 제품은 탄자니아 전체 수입량의 27%를 차지하여 제1의 수입 국가이며 금액으로 41억5000만 달러(2023년)에 달했다. 주요 수입품은 광업 및 인프라 장비, 자동차, 건설 자재, 일반 소비재 상품 등 다양하다.
중국은 오랫동안 탄자니아와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타자라철도(Tazara Railway)는 잠비아 중부 카피리 음포시(Kapiri Mposhi)에서 다레살람까지 1860㎞에 이르는 철도를 1970년부터 1976년까지 건설했다. 당시 총 건설비용은 5억 달러(현재 가치로 약 36억 달러로 추정)에 이르렀다. 지금은 이 철도에 대한 현대화 사업이 추진 중이다. 2024년 현재 중국의 탄자니아 직접 투자사업은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 1274개에 투자 누적액은 약 114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중국의 탄자니아 투자 분야는 2015년까지는 인프라 및 광업 분야에 중점을 두었으나 점진적으로 에너지, 농업, 디지털 분야, 유통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인도 경제가 발전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경제 교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와 탄자니아의 교역량은 57억 달러(2023년)에 이르렀고, 인도는 탄자니아의 제1의 수출 대상국가로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하였다. 탄자니아가 인도에 수출한 주요 상품은 금, 커피, 차, 향료, 수산물 등이며, 인도에서는 약품, 기계류, 석유화학 제품, 쌀 등을 수입한다. 또한 인도의 기업들은 농업, 제조업, 에너지, 광업, 에너지, 농산물 가공업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유럽연합은 아프리카 국가와의 교역을 늘리기 위해 EBA(무기 이외의 모든 상품)를 통한 수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탄자니아의 교역 규모는 24억 유로(2022년)에 달했으며, 유럽연합의 수출은 18억 유로(2022년), 2023년 20억 유로로 증가했다. 유럽의 주된 수출상품은 제조업 장비, 자동차, 제약, 가공식품, 농업용 비료, 석유화학제품 등이 주를 이룬다.‘ 유럽연합-아프리카무역협력협회’를 통해 경제 교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탄자니아의 교역규모는 2023년 11억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의 아프리카상품무관세법(AGOA)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무관세로 미국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나 연간 수출 규모는 5억 달러 내외이며 주로 1차 산업 제품인 커피, 차, 담배, 캐슈넛, 코코아, 생선, 화훼 등과 금, 다이아몬드 및 탄자나이트 등이다. 미국의 탄자니아 투자는 석유 탐사, 천연가스, 광물 등에 치중해 왔으나 최근 농업, 제조업, 제약, 금융, IT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0~2020년 기간 중 전체 투자 누적액은 약 50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핀텍, 모바일 지불시스템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등 투자가 늘고 있다.
한국과 탄자니아의 교역규모는 3억5000만 달러(2023년)에 불과하다. 한국으로부터 수입 상품은 기계류, 전자제품, 자동차 및 부품, 석유화학 제품, 조선 등이 주를 이룬다. 한국에 수출하는 상품은 금, 탄자나이트, 커피 및 차 등 농산물, 수산물, 섬유제품 등으로 제한적이다.
경제 교류 가능 분야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전통의 우자마 운동을 산업 분야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러 지역에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경공업 육성을 시작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바라고 있다. 섬유 및 피혁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도도마 부근에 특별산업단지를 확보하였고, 바가모요항이 개발되면서 부근의 대규모 산업단지개발도 계획 중이다.
우리나라가 탄자니아와 경제 교류 파트너로 발전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첫째는 영농 관련 협력이다. 농산물 생산 및 가공업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탄자니아 주요 수출 상품인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농산물 가공업을 발전시키면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 이 분야의 한국기업 진출은 합작 또는 기존의 탄자니아 기업의 현대화를 통해 제품의 품질 향상과 효율성 향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일반 소비재 상품의 제조업과 건설 자재 생산 등 수입대체 산업 발전에 협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섬유 및 봉제산업에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어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탄자니아의 도시화 비율은 35%에 불과하며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건설 자재 수요가 늘고 있으며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자를 제조업에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항공 인프라 구축과 항공산업 파트너십 강화로 관광업의 협력이다. 항공 인프라와 항공산업은 관광업과 산업 연관관계가 크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올고로옹고로, 잔지바르 등의 항공 인프라 개선에 참여할 수 있다. 항공 인프라 투자를 위해 PPP(민관협력사업)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항공산업과 관광 및 서비스업이 발전하게 되면, 탄자니아의 관광객은 쉽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는 수산업 분야 파트너십 강화이다. 탄자니아는 인도양의 해안선을 따라 현대 어항이 없고 전통적인 어업에 의존해 어획량이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는 잔지바르에 어항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수산물 가공업 분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는 에너지 및 유틸리티 분야의 진출이다. 천연가스 생산국이나 인프라가 부족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정용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태양열, 풍력, 지열 발전 가능성도 풍부하다. 이러한 분야에 PPP를 통한 협력 방안을 심층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 기업의 협력 또는 파트너십 가능 분야는 기계 공업, 조선업, 유통 및 물류, 정보통신, 제약 등 다양하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인도, 유럽 국가의 탄자니아 경제 교류가 활발한 것을 보면, 탄자니아가 가진 지리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주변국에 비해 양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자니아와 우리나라의 경제 교류 확대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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