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34) 을사년 벽두 '베트남몽' 희망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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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입력 2025-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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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베트남의 2024년 10대 뉴스로 베트남통신사와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모두 응우옌푸쫑 공산당 총비서(서기장)의 사망과 최고위 지도자 4인의 구성을 1, 2위로 꼽았다. 베트남통신사는 3위에 국가기관의 재편성, 4위에 GDP 증가율 7.09% 달성 성과를 꼽았다. 유난히 변화가 많았던 베트남의 2024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변화의 방향을 가늠해보려고 한다.
 

2024년 정치적 격변을 마무리한 해
 
베트남은 2024년에 정치적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이 2023년 초에 실각하고 보반트엉이 그 뒤를 이었지만, 보반트엉도 2024년에 브엉딘후에 국회의장과 함께 실각했다. 보반트엉과 브엉딘후에는 2026년 초에 열릴 예정인 제14차 공산당대회에서 총비서 후보로 유력한 인사들이었다. 응우옌푸쫑 공산당 총비서가 작년 7월에 사망한 이후, 팜민찐 총리 이외 최고위 지도자 3인이 새로 선임됐다. 또럼 공산당 총비서, 르엉끄엉 국가주석, 쩐타인먼 국회의장이 그들이다. 최고위 지도자 4인의 구성이 완료되며, 베트남 정치에서 지난 2년간의 격변은 일단락됐다.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2026년 초에 열릴 제14차 공산당대회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베트남 최고위 지도자 4인 왼쪽으로부터 쩐타인먼 국회의장 르엉끄엉 국가주석 또럼 공산당 총비서 팜민찐 총리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최고위 지도자 4인. 왼쪽부터 쩐타인먼 국회의장, 르엉끄엉 국가주석, 또럼 공산당 총비서, 팜민찐 총리. 사진=베트남통신사]


 2024년 GDP 증가율 7.09% 성과
 
베트남은 2024년에 GDP 증가율 7.09%로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이로써 GDP 증가율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직전인 2019년의 7.36%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됐다. GDP 증가율은 2020년 2.87%, 2021년 2.55%, 2022년 8.12%, 2023년 5.05%였다. 2024년 베트남의 1인당 GDP는 4700달러로, 전년보다 377달러 증가했다. 구매력평가지수로 환산한 베트남의 1인당 GDP는 1만4000달러로 추산되며, 이를 한국의 약 5만달러와 비교해볼 수 있다.

2024년 베트남의 수출액은 4055억3000만 달러, 수입액은 3807억6000만 달러였다. 2024년 무역수지는 247억7000만 달러 흑자로, 2023년 283억 달러에 비해 조금 적은 액수다. 수출은 전자제품, 스마트폰, 의류, 농산물이 이끌었다. 무역에서 차지하는 외국인투자 기업의 비중은 여전히 크다. 외국인투자 기업은 2024년에 수출의 72%, 수입의 63%를 담당했다.

베트남은 2024년에 한국과의 무역액 867억 달러로 한국의 제3위 교역국 자리를 유지했다. 중국(2729억 달러)과 미국(1999억 달러) 다음이다.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수출은 583억 달러, 수입은 284억 달러였다. 한국이 작년에 아세안에 1140억 달러를 수출한 가운데 베트남으로의 수출이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은 베트남과의 무역에서 299억 달러 흑자를 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낸 흑자 577억 달러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흑자다.

2024년 베트남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액은 승인액 기준으로 382억3000만 달러였다. 이는 2023년 393억900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직전인 2019년 380억20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폭 감소했고 2023년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24년 외국인직접투자에서 국가별 상위는 싱가포르, 한국, 중국, 홍콩, 일본이 차례로 차지했다. 2023년까지 누계로는 한국이 여전히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024년 말 기준 베트남 내 외국인투자 프로젝트 수는 4만2000개, 등록자본금은 5028억 달러였다. 집행액은 3225억 달러로 그 비율은 64%에 달했다. 한국은 2024년 베트남 방문객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은 1760만명으로 2019년 1800만명 수준을 회복했다. 그중 한국인이 약 457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인이 약 374만명, 대만인이 약 129만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의 개혁은 그간 사회경제부문에서 큰 성과를 냈다. 이제는 베트남의 경제규모가 세계 33~34위 수준에 위치할 정도로 됐다. 베트남은 그간 몇 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은 베트남의 금년도 GDP 증가율을 6%대로 전망한다. 싱가포르의 유나이티드 오버시즈 뱅크는 7%로 전망한다. 베트남 정부는 작년의 성과에 고무되어 금년도 GDP 증가율을 8% 또는 순조로울 경우 10%까지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러한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베트남의 노동생산성은 아직 낮은 수준에 있고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이전도 늦은 편이다. 베트남 국내 기업 중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 현재 베트남 수출의 약 70%는 외국인투자 기업이 담당한다. 외국인투자 기업의 유치로 베트남 국내 기업의 성장을 어떻게 도모할지도 큰 과제다. 베트남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여전히 있다.

 
민간부문과 국영부문 간 협력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베트남 사진베트남통신사
[민간부문과 국영부문 간 협력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베트남. 사진=베트남통신사]


2025년 국가기관의 ‘대대적’ 개편
 
최근 베트남 국내 정치부문에서 핫 이슈는 국가기관의 ‘슬림화’다. 베트남 정부는 이를 2026년 중반에 출범하는 제15기 정부에 적용하려고 한다. 현재 중앙 정부 부처 22개를 17개로 감축하고 중앙 부처급 기관의 재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 정부는 재편성 이후 14개 부와 3개 부급 기관으로 구성될 것이다. 14개 부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기획투자부와 재정부는 통합하여 재정부로, 내무부와 노동보훈사회부는 통합하여 내무부로, 건설부와 교통운송부는 통합하여 건설부로 개편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보통신부의 신문 잡지 업무를 흡수하고,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는 통합하여 과학기술부로, 자원환경부와 농업 및 농촌발전부는 통합하여 농업 및 환경부로 개편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종교위원회와 민족위원회를 통합하여 민족 및 종교부를 설립할 예정이다. 국방부, 공안부, 외교부, 법무부, 상공부, 교육훈련부, 보건부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부의 명칭은 바뀔 수 있다. 3개 부급 기관은 정부사무처, 정부감사처, 베트남국가은행이다. 더불어 중앙 정부 직속 기관으로 과학기술원, 사회과학원, 국영 TV, 국영 라디오, 베트남통신사의 5개 기관을 둘 것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 내 국가자본관리위원회, 베트남국가재정감독위원회, 국고(국가재산국), 조세총국, 관세총국, 조달총국, 통계총국, 사회보험 등을 폐기하거나 개편하려고 한다. 이 가운데 기업 내 국가자본관리위원회는 폐기될 예정인데, 이 기관이 관리하던 19개 국영 기업집단 및 총공사(소규모 기업집단)는 각 중앙 부처로 이관된다. 대부분 기업은 관련 부처로 이관될 것이나, 일부 기업은 다른 부처로 이관될 수도 있다. 예컨대 정부는 과거에 정보통신부 소속이던 모비폰 이동통신을 공안부 소속으로 이전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높은 사업성과를 낸 국방부 소속 비엣텔을 벤치마킹하려는 의도로 읽히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통신보안을 강조하는 최근 상황 때문이기도 한 듯하다. 지방 행정체계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정부는 국고, 조세, 관세 등의 지방 조직을 재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개편안은 금년 2월 임시국회에서 공식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국가기관의 개편은 베트남 정치체계에서 ‘대대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각 기관의 산하 조직을 최소 15~20% 감축하게 될 것이다. 부처별 권한도 조정될 것이며, 이에 따라 정치지도자들의 권력관계도 변화할 것이다.


 ‘신기원’과 베트남의 미래
 
베트남은 2026년 초 제14차 공산당대회에서 ‘신기원’을 선언할 것 같다. 그간 베트남의 민족과 국가의 독립, 통일, 사회주의 건설, 도이머이 등 구시대의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발전의 기원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는 베트남판 ‘중국몽’이 될 것이다. 또럼 총비서는 베트남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고 목표를 둔 2045년까지 20년 남았음을 언급했다. 베트남이 그때까지 1인당 평균소득 1만5000달러의 고소득국가로 성장해야 한다. 중장기 전망은 쉽지 않다. 몇몇 국제기관들이 올해 베트남의 GDP 성장률을 6% 이상 7%까지 전망한 것처럼, 베트남의 단기간 경제성장 전망은 비교적 밝다. 그러나 베트남이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외환경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대외관계에서 곧 닥칠 핫 이슈는 트럼트 2기 정부의 출범이다. 2기 트럼프 정부가 보편적 관세 폭탄을 예고하고 있어 베트남에 대해 1기와 같은 정책을 펼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은 1기 트럼프 정부 때 베트남을 경유한 중국 제품의 우회 수출을 의심했었다. 미국은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의심했지만 그렇게 지정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베트남에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최근에 중국이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중국의 우회 투자 가능성도 엿보인다. 홍콩, 싱가포르를 포함한 범중화권이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고 있는 현상이 눈에 띈다.

베트남이 축구로 동남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2025년 새해를 열었다.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은 1월 5일 2024 아세안축구연맹 미쓰비시컵 결승전에서 우승하며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국민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로 쇄도했고 함성을 토해냈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에서 ‘제2의 박항서’가 됐다. 김상식 열풍이 박항서 열풍처럼 베트남에 일고 한국-베트남 관계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도 한국과 베트남이 협력을 심화하는 한 해가 되리라 기대한다.


 
필자 주요 약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역임, 한국-베트남 현인그룹 위원 역임. 현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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