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트럼프2기 '확실성'과 '불확실성'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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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입력 2025-01-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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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전 세계가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가 가져올 국제적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우면서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트럼피즘(Trumpism)이 더욱 강력하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의회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한 ‘슈퍼 트럼프’ 시대는 의회의 법적 지원까지 받으면서 더욱 강력한 대내외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국가의 과도한 긴장을 동반하는 트럼프 포비아(phobia)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에서 바이든 정부의 경제적 불안과 불법 이민자 문제, 그리고 미국의 정체성 회복과 자주성 회복을 내세워 승리했다. 트럼프 2.0은 기본적으로 관세를 최대의 무기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타국 제품에 대해 10~20%의 보편 관세 부과를 선언했고, 특히 중국에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했다. 심지어 우방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는 무역협정 재조정까지 언급하며 25%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강수를 두어, 미국의 보호주의 앞에는 적아(敵我)가 따로 없음을 선포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누구의 도전도 허락하지 않는 압도적 군사력으로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미국식 고립주의를 채택했다. 미국의 이익과 상관성이 덜한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종식시킬 것임을 공언했다. 물론 미국의 이익에 직결되는 문제는 양보할 뜻이 없을 것임을 강조하여 선별적 고립주의 성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대외적으로 적에게는 공포를, 우방에도 양보를 강요하는 트럼프만의 기준에 근거한 특유의 선별성을 기초로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자신이 약속한 41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취임 72시간 안에 25개 이상의 행정명령이 발표될 것임을 예고했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법제화 없이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으로 효력이 발효되는 긴급조치 성격이 강하다. 이 명령들은 기본적으로 통상, 외교, 에너지, 환경, 국경, 불법 이민, 마약 및 각종 친기업적인 미국 내 규제 완화에 집중될 전망이다. 행정명령으로 기선을 제압해 자신이 강조해 온 트럼프 2.0의 정책 방향을 세계에 선언하고, 향후 트럼피즘의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2.0의 미국은 세계화나 시장경제 바탕의 자유주의 질서에 더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보호주의와 고관세 정책을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사실상의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철저하게 미국의 국익을 기초로 유럽연합(EU)이나 일본, 한국 등에 대해서도 GDP 대비 방위비 증액이나 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분담금 제고를 강요할 것이다. 또한 중국을 압박해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전자의 반열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입장도 확고하다.

물론 트럼프의 확실성이 과연 그의 의도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중국이나 독일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대응을 천명했다. 또 과도한 관세는 수입이 불가피한 타국 제품들의 미국 내 소비자가격을 상승시켜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을 자극할 수 있다. 과도한 불법 이민자 추방은 단순 하층 업종의 취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중심의 과도한 정치·외교적 압박은 다른 국가 간의 연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트럼프 2.0에게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미·중 전략 갈등의 향배가 향후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2.0의 대내외적 축소판이 미·중 경쟁에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핵심 이익(core interests)·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s)을 둘러싼 전략 경쟁(strategic competition)에서 후퇴할 뜻이 없음을 천명한 양국 갈등의 핵심은 경제·정치·군사 및 공급망·과학기술의 집합체인 3T(Trade, Taiwan, Technology)로 귀결된다. 루비오 국무장관, 왈츠 국가안보전략비서관, 정보국장·상무·재무 장관, USTR 대표 등이 반중(反中) 선봉장으로 구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탈동조화(decoupling) 기조 부활에 중국도 물러서지 않는다. 고율 관세 부과에는 2024년 12월 1일부터 시행을 공표한 「관세법」으로 맞대응하는 정면 대응 분위기다. 미국이 중국산 범용 반도체까지 신규 조사에 착수하자 중국도 엔비디아 조사로 맞불을 놓았다. 중국 상무부는 1월 초 국가안보 및 이익을 해치는 28개 미국 법인과 대만 무기 판매에 관여한 10개 업체를 무역 제재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또 실제 시행이 쉽지는 않지만 전 세계 80% 이상을 공급하는 희토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또한 외교적으로는 트럼프 2.0이 과도한 미국주의로 흐를 경우, 미국과 갈등하는 국가들에 접근해 강력한 제조업 능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의 동맹을 와해시키려고 접근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대EU·대일본·대한국 유화 제스처나 인도네시아의 열 번째 브릭스(BRICS) 가입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신흥세력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디지털·그린·보건 등 신흥 경제 영역에서의 국제협력 활성화로 중국 체제의 업적 정당성 기반 확충을 시도하는 우회적 전술을 펼칠 가능성도 크다.

이 상황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최대의 국난을 맞고 있는 한국의 고민은 더욱 크다. 그러나 상황이 어렵다고 수동적일 수만은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모범국가답게 속히 정상적 절차로 질서를 회복하는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트럼프의 한국 조선업 협력 언급이나, 탄핵 정국에도 급하게 한국을 찾은 중국의 왕이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의미도 주도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 현상들은 늘 ‘양날의 검’이고 동전의 양면이며, 확실해 보이지만 불확실성도 존재함을 잊지 않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교수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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