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러·우 전쟁 종전을 '남북관계 회복' 발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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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입력 2025-01-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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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국들은 현재 전쟁의 종식을 원하고 있다. 지난 3년 가까이 지속해 온 전면전에 모두 지쳐있는 상태다. 하지만 전쟁을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가에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선다. 전쟁 당사국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 협상의 중심에는 국경선 확정,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과 지역 안보 및 평화보장방안이 쟁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20% 정도를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현재 양측이 점유하고 있는 전선에서 영토를 확정”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나토 가입은 물론, 나토의 포괄적인 비핵 전략 억제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나토 가입이 이루어진다면,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영토만으로도 휴전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제시한 적이 있다. 만약, 나토 가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안전보장을 반드시 담보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토 헌장 제5조처럼 우크라이나가 외부 침입을 받으면 주요 열강이 집단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휴전만 하고 우크라이나를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없는 휴전은 그야말로 “자살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황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토 신규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 독일·헝가리·슬로바키아·벨기에·슬로베니아·스페인 등 7개국이 현재 우크라이나 가입에 호의적이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안보 문제와 관련, 집권 2기 트럼프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한마디로 모든 것을 거래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 유럽의 안보 문제는 ‘각자도생’의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2024.2.10)에서 트럼프는 자신은 “나토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토는 돈을 내야 한다”고도 했다. 취임 십여 일을 앞둔 기자회견(2025.1.7)에서도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올려야 할 것을 강조했다. 나토의 기존 지침인 2%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안보 지원에 약 1830억 달러 정도 지출했다. 이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 또한 불필요한 자금의 낭비라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자원 개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물 창고’다. EU가 지정하고 있는 34개 핵심 광물 중 22개가 우크라이나에 매장돼 있다. 유럽 최대의 우라늄 광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철광석·티타늄·망간의 보유는 세계 2위를 자랑한다. 리튬·흑연을 비롯, 대량의 희토류는 물론, 셰일가스 매장량도 세계 3위다. 세계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직면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전략자원은 많은 국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우크라이나와 원자재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천연자원 개발에 있어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기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천문학적 가치의 우크라이나 석유·가스·광물 자원의 궁극적 수혜자가 바로 트럼프 2기의 미국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러시아도 이의 큰 예외 국가가 아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과 2022년 4월 ‘돈바스’ 지역 침공을 비롯, ‘자포리자’와 ‘도네츠크’ 지역의 점령도 따지고 보면 우크라이나의 전략 광물의 확보와 연결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더불어 전후 우크라이나의 재건 사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복구 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의 관점에서 종전을 향한 당사국들의 걸음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23년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라면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최근 이를 사실상 철회하고, 목표 기한을 ‘6개월 내’로 수정했다. “전쟁을 단기에 끝낼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2기 행정부 외교 당국자 회의). 러시아는 이와 같은 결정을 환영하며, ‘미국과 조건 없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트럼프는 북한을 움직여 러시아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하거나, 핵 동결을 대북 경제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제시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빠른 기간 내 전쟁 종식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주둔 북한 병력의 조기 철수 등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트럼프로부터 큰 배신감을 안았던 북한은 현재 대미 강경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북한을 인정하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과 같은 현실적인 목표를 협상의 조건으로 제시할 경우, 북한은 북미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 능력은 고도화했으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다. 과거보다 훨씬 유리한 협상 입지를 이용하여 경제적 지원까지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북·러 동맹을 유지한 채 북·미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면, 김정은에게는 상당한 외교적인 성과가 될 것이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남북관계 회복은 쉽지 않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민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조차도 상상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의 방향을 확고하게 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두 개 국가론’을 수용하고 우선 ‘적대적’ 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미국을 추동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정상적인 두 국가 관계로서 교류·소통할 수 있도록 북·미 대화에 고리를 거는 것이다. 그 전에 서둘러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국민적 과제를 완수하는 일이다. 새로 등장할 정부는 대결과 갈등이 아닌 평화와 협력을 앞세우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남북이 서로 통상적인 국가로서 협력과 교류, 자유로운 방문이 가능한 새로운 남북관계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강한 의지와 끈기를 갖고 국민적 합의를 모으자. 기회의 창은 반드시 열릴 것이다.


필진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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