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가 오늘의 노래로…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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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5-01-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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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월 시 9편, 뮤지컬에 녹여내

  • "우리의 무기는 총이 아닌 글" 우리말 지킨 독립운동 담아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시인 김소월의 시를 소재로 한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시인 김소월의 시를 소재로 한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먼 후일 당신이 찾으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는 시인 김소월의 시 9편이 작품 전반에 녹아 있다. <초혼>, <진달래꽃>, <풀따기>, <잊었노라> 등 살면서 한 번쯤은 읽어봤을 법한 김소월의 시를 노래로 들을 수 있다.
 
이강선 연출은 16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프레스콜에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 총을 들고 했던 것 뿐 아니라 글과 시, 말, 정신을 담는 것도 있었다는 점을 김소월 선생의 시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김소월의 시를 테마로 한 최초 뮤지컬이다. 간토대학살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배경으로 그 현장에서 친구를 잃고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함을 목격한 주인공 이정익(성태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조선으로 돌아온 정익은 칼과 총이 아닌 우리의 말과 시를 통해 제국주의에 맞서며 민족의 의지를 전파하고자 한다.
 
특히 독립운동을 다룬 기존 작품들이 무장 독립운동을 조명한 것과 달리,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우리의 무기는 총이 아닌 글이다”라고 외친다. 줄거리의 흐름에 맞춰, 1막은 <산유화> 등 김소월의 서정적인 시가 주를 이루는 반면, 갈등이 고조되는 2막에는 <초혼>, <진달래꽃> 등 민족의 한과 저항정신이 담긴 시구들을 녹여냈다.

이율구 음악감독은 “시인의 시어로 곡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다”며 “시에는 함축적인 단어가 있다.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곡으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공부하면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리면서 시어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만들면서 필요한 스타일의 곡에 맞춰서 시를 찾았다. 원작인 소설 ‘붉은 진달래’ 속 시를 쓰기도 하고, 제작 과정에서 확정됐던 시를 바꾸기도 했다.
 
주인공 이정익을 연기하는 성태준은 “김소월의 시로 음악을 부르면, 정서가 자연스럽게 생긴다"며 “운율과 노랫말에서 이상한 감정이 생기더라. 노래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등장인물 각각이 안고 있는 아픔들을 통해 시대상도 엿볼 수 있다. 독립군을 쫓는 일본 경찰 유키치 역을 맡은 김진철은 “유키치는 한 때 문학을 사랑했던 자신의 과거와 제국주의자로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인물”이라며 “단순 악역이 아니라 그가 가진 모순과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를 통해서 시대의 복잡성을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2020년 스토리움 우수스토리로 선정된 이성준 작가의 ‘붉은 진달래’를 원작으로 한다. 스토리움 우수스토리 매칭 제작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뮤지컬로 재탄생하게 됐다.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1월 26일까지. 관람료는 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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