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권 일대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지 5년 만에 ‘해지 적극 검토’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일각에서는 규제 해지 시 그간 억눌렸던 수요로 인해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 급상승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규제로 인한 시장 왜곡 등으로 해당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매물 증가로 인한 거래 유동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평가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 달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지와 조정을 우선 논의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토 대상은 서울 전역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조정 및 해지의 범위와 기준은 현재 토지관리과 산하 실무팀에서 검토 후 세부 안건을 도계위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4일 규제개혁 시민 대토론회에서 “강남권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말 급감하며 하향 전망이 커진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지 등도 검토할 시기라는 판단에서다.
해지 방향은 핀셋 형식으로 일부 해지 내지 조정하는 안이 유력하다. 서울시 의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법정동에서 행정동으로 전환해 규제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토 대상은 우선 지정구역 전역이지만 모두 해지할 수는 없고, 이 중 해지 및 조정 가능한 곳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다만 국지적 상승 등의 부작용 방지를 위한 최소한도의 규제 조치는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기조가 빠르게 선회하면서 송파구 잠실동(5.2㎢)과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9.2㎢) 일대 부동산 시장 기대감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이들 지역 일대 일부 단지에서는 연초부터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의 석탑아파트 전용면적 59.82㎡ 매물은 이달 7일 16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보다 3500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같은 날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 전용 76.5㎡ 매물은 기존보다 2900만원 상승한 31억700만원에 최고가를 다시 쓰며 손바뀜됐다.
송파구 잠실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 단지에서 매도자 일부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만약 해제가 된다면 전세 낀 주택도 앞으로 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어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해지 시 단기적으로는 신고가가 나오는 등 부작용은 나올 수 있지만 이미 가격대가 높은 지역들이라 단기 상승 추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지되면 갭투자를 중심으로 일부 투자 수요가 유입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주거용부동산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는 매물 잠김 현상으로 인해 오히려 가격이 크게 뛰거나 인근 지역의 풍선효과까지 낳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해지 시에는 단기적으로 가격을 자극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서 시장을 유동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자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는 “현 시장에서는 해지를 하더라도 강남 3구의 경우 가격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금융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투기 요소가 새로 들어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 3구는 시장을 통한 자율조정이 아닌 의도적으로 누르면 역효과가 난다”며 “해지 시 장기적으로 보면 수요가 느는 것은 한계가 있고 공급은 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규제를 유지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편이 부작용이 적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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