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가 안갯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분쟁의 향방을 가를 집중투표제를 두고 주요 주주들 표심이 엇갈린다. 법원의 결정도 남아 있어 승기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도 불투명하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인 노르웨이은행투자관리(NBIM·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는 홈페이지를 통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공개했다.
NBIM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NBIM은 집중투표제에 대해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는 효과적인 이사회 구성을 위해 확고한 후보 지명과 선출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복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사를 10명 선임한다고 하면 주식 1주당 10개 의결권이 부여돼 소수 주주가 자기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앞서 미국 최대 공적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면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지난 1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이사 수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하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핵심 쟁점이 된 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MBK파트너스·영풍 측 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 수 있어서다. MBK·영풍 측은 최 회장의 자리보전용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를 실시하기 위해선 현재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상법에 따르면 집중투표제가 배제된 정관을 변경하려 할 때는 발행주식총수 중 3%를 초과하는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3%룰'을 적용받는다.
의결권 기준 47% 지분율을 확보한 MBK·영풍 측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크게 제한된다. 최 회장 측은 소폭 줄어든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고도 MBK·영풍은 이사회 장악이 어려워진다.
기관투자자들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법원 판단도 변수다. 지난달 30일 영풍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 상정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정관 변경과 함께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했기 때문에 상법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오는 23일 임시 주총을 앞두고 이번 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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