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 수요 증가로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새해 들어 20일 만에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대 줄었으나, 반도체만 20% 증가하며 나홀로 성장 대열에 올랐다. 다만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 주력 품목의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올 상반기 수출 시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도 나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16억1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10월 플러스 전환에 성공해 지난달까지 15개월째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전년 동기 대비 19.2%나 늘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1년 전보다 4.1%포인트 상승하며 20.0%까지 올랐다. 반면 승용차(-7.3%), 석유제품(-29.9%), 자동차 부품(-10.1%) 등 수출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반도체 분야는 수출 품목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작년 국내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액이 2350억달러를 기록해 2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는데, 이는 반도체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부는 최근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수출 증가율을 1.5%로 전망했다. 반도체 등 주력업종 경쟁 심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 통상정책 전환에 따른 하방 요인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8.2%)보다 축소된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를 찾아 윤진식 무협 회장을 면담한 후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 주력 품목의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있고 기저효과 등에 따라 올해 상반기 수출이 어려울 것”이라며 “2월 발표를 목표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자재 수입비용 및 해외투자비 상승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당분간 고환율 지속이 예상되면서 ‘환율리스크’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발표한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의 산업이 ‘흐림’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 및 해외투자비 상승이 우려된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 품목이고 달러 결제 비중도 높아 환율 상승에 따른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반도체 분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 수준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국내 주요기업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제조공장 설립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상쇄된다”고 진단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2기에서 관세인상, 금리인하 속도조절 등이 시행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환헤지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추진, 환율 피해 산업에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지원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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