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 수출 차단 등을 무기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가를 천명했다. 또 이란이 본인에 대한 암살 시도에 나설 경우 전멸시키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발신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석유 수출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각서에는 재무부와 국무부에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매우 위험한 국가”라며 “그들은 내가 있는 동안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다른 나라에 대한 이란산 원유 판매를 차단할 권리가 있다”며 “이전에도 나는 그렇게 했고, 그래서 이란은 (팔레스타인 친이란 무장단체) 하마스나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한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의 자금줄인 석유 수출을 틀어막아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의도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은 석유 수출로 2023년 기준 연간 530억 달러(약 77조원)를 벌어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가깝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미 정부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비밀리에 과학자 팀을 결성해 단기간에 핵무기를 제조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탄도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정교한 핵탄두를 만드는데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게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의 추정이었지만, 이 기간을 수개월로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란은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만 남겨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했다. 이후 이란은 우라늄 생산을 재개했고 4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농축우라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JCPOA 파기 이후 이란에 고강도 제재를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선거 운동 등에서 전임 바이든 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진전됐고 이란의 지원을 받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그들은 그것(핵무기)을 손에 넣기 직전”이라며 “나였다면 그들은 그것을 결코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건 개혁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JCPOA 복원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정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다. 이 때문에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대화 신호를 보내는 와중에도 이란 군부는 여전히 핵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이란 전문가인 카림 사자푸어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이란 외무부는 이란 정권 내부의 핵 논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미 법무부의 지난해 11월 발표 등과 관련해 “나는 지시를 남겼다. 그들이 그렇게 하면 그들은 말살될 것이며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을 통해 가자지구 휴전 해법과 관련해 논의한 가운데 이란에 대한 공격적인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면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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