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합심해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견조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2% 중반대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9월 관훈토론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과는 달리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인 2.0%에 간신히 '턱걸이'했고 올해는 1%대 성장률을 마주하고 있다.
연초 발표한 수출, 소비, 고용 등 각종 경제 지표들도 줄줄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역시 수출 불확실성을 키우며 내우외환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각계각층에서 복합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서둘러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경제적 피해 확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책 규모와 시기를 서둘러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간 예산 신속 집행이 우선이라며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자세였던 정부도 입장을 선회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추경 편성과 반도체법 등 경제 법안 처리에 대한 결론을 내 달라”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본격적인 추경 논의는 이달 10~11일로 예정된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기점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정책 현안에 대한 합의안 도출을 놓고 여야가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추경 편성을 망설일 때가 아니다"며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즉각 추진해야 할 긴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실제 예산이 필요한 데가 어딘지 점검해 필요하다면 즉시 추경을 편성할 생각도 충분히 있다"면서도 "지난해 민주당에서 예산을 엄청 깎고 1월 초부터 추경을 이야기하는데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럼에도 여야가 조기 대선 가능성을 두고 민생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협의회 의제로 '추경'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도 신속한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내수가 죽으면 저소득층이 가장 어렵다"며 "추경을 통해서라도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추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내수 진작이나 취약계층 지원에 더 할애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나 AI에 대한 지원은 예산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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